‘폐국’이 연관검색어로 뜨는 현실…“‘편향 낙인’ 거두고 34년 역사 봐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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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23. 오후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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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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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커버스토리
TBS 아나운서 3인의 호소

‘편파방송’ 주장하며 예산 끊은 서울시의회, 김어준 등 떠났는데 압박 계속
“진보·보수 양쪽에서 비난받는 상황…상업광고 막아놓고 독자생존 요구해”
6월부터 예산 0원…“어두운 밤 불 켜진 편의점 같았던 방송, 폐국 막아달라”
최지은·김보빈·이민준 아나운서(왼쪽부터)가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티비에스(TBS)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티비에스(TBS)가 5월31일 폐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정상화를 모색해온 정태익 대표이사는 지난 16일 퇴사했다. 목희수 라디오본부장이 임시로 대표대행을 맡았다. 강양구 경영전략본부장은 18일 ‘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서울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의 회생 가능성은 희박하다. 서울시의회는 5월31일까지 인건비, 운영비 등의 예산만 승인한 상태이고 그 이후까지 지원이 연장될 가능성은 없다”며 “먼저 배에서 내리시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알렸다. 한달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줄 테니 서둘러 퇴직하라는 것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다수 의석을 장악한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일부 방송의 편파성을 문제 삼고, “티비에스를 없애는 게 시민의 명령”이라며 서울시 지원조례 폐지, 예산 삭감 등으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2년 만에 티비에스 경영진도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허리케인 라디오’를 지켰던 최일구 앵커도 지난 15일 티비에스를 떠났다. 시간당 9620원, 최저시급을 받으며 버텨온 유일한 외부 진행자였다.

“새로 온 목희수 본부장이 저녁 6시로 시간을 옮겨 과거 송도순·배한성의 퇴근길 교통정보 같은 방송을 해달라고 했다. 철 지난 스타일이라 생각했지만 타이태닉과 함께 침몰하는 마음으로 5월31일 폐국하는 순간까지 함께 가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고 제안을 수용했다. 그런데 지난 6년 반을 함께 호흡해온 김경래 피디를 주조정실 메인디렉터로 발령냈다. 과거 몸담았던 엠비시(MBC) 파업 때 인사가 생각났다.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최 앵커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떠나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주 금요일(15일) 마지막 생방송을 끝내고 나오는데 아나운서·피디·직원들이 도열해 송별하는데 고맙고 미안했다. 티비에스에 입사한 선배는 아니지만 그들과 6년 반을 함께했다. 양처럼 순하게 일을 했을 뿐인 그들이 일자리를 잃고, 폐국을 맞아야 한다니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나는 나왔지만 거기 남은 모두가 생활인인데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멀리서 응원할 수밖에 없지만 용기를 잃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언론도 제발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서울시의회의 계속된 압박에 이미 95명이 티비에스를 떠났다. 현재 남은 구성원은 259명이다. 많은 이들이 지금도 반신반의한다. 95.1㎒ 티비에스 라디오, 영어 등 외국어로 방송하는 101.3㎒ 티비에스 이에프엠(eFM), 티비에스 텔레비전까지 3개 채널을 운용하는 방송사를 설마 폐국하겠냐, 길들이기가 끝나면 정상화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버텼다. 묵묵히 일하는 게 공영방송 아나운서의 소임이라 믿으며 방송 최전선을 지켜온 아나운서 3명이 “이제는 말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자청하고 나섰다. 17년차 최지은, 15년차 김보빈, 3년차 이민준 아나운서다. 이들은 각각 ‘네시 상륙작전 최장군입니다’, ‘오늘도 김보빈입니다’ ‘강지연·이민준의 9595쇼’를 진행하고 있다. 최일구 앵커 표현처럼 “순한 양처럼 묵묵히 일해온 이들”을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티비에스 사옥 12층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폐국이 피할 수 없는 임박한 미래가 된 현실에 분노하며 가슴 깊이 묻어둔 얘기를 풀어냈다.

“직원들은 똑같이 주어진 일 열심히”

세 아나운서는 설마설마했는데 폐국이 현실로 닥친 문제가 됐다면서 이제라도 시민과 구성원들에게 실상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민준 “어려워도 저희가 계속 방송을 하고 있으니 청취자도 ‘곧 나아질 것’이라는 응원 문자를 보내며 조금만 더 버티라고 합니다. 1990년 개국해 34년 동안 공적인 역할을 해온 방송사가 정말 사라질 위기까지 왔는데도 세상이 너무 조용한 게 안타까워 최소한 애청자·시민들께 실상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인터뷰를 자청했어요.”

김보빈 “청취자를 직접 만나는 역할을 하는 아나운서들이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투입돼 있어요. 어쨌든 지금 상황을 똑바로 전해야 한다는 절박한 책임감 같은 게 느껴졌어요. 이제 티비에스는 필요 없다는 말이 굉장히 많았는데 저희가 하는 일, 저희 존재를 부정당하면서 허탈감도 많이 느꼈어요. 지금이라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지은 “티비에스 폐국이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 연관검색어로 뜨기 시작했어요. 희망보다는 폐국이 현실화되고 있는 거죠. 구성원이 어떤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진행하는지, 그냥 사그라드는 불빛이 아니라 공영 자산인 전파를 통해 시민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었고, 그런 마음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이 있다는, 제 진심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서울시의회는 김어준·주진우·신장식씨가 진행한 방송의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티비에스에 대한 예산지원 조례를 폐지하며 티비에스를 압박했다. 그들은 지난해 초 티비에스를 떠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티비에스를 편파방송으로 낙인찍고 비난하는 게 현실이다.

김보빈 “김어준씨를 비롯해 그분들은 지금 다 나갔고 티비에스 직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거든요. 저희는 주어진 방송을 하루하루 해내는 게 티비에스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 뒷감당을 어쨌든 저희가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아쉽고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죠. 그런데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티비에스 34년 역사에는 김어준씨, 주진우씨만 있었던 게 아니라 여러 인물과 역사가 다 담겨 있다는 거예요. 이종환 선생님이 음악 방송을 오래 지켜주신 적도 있고, 많은 개그맨들이 풍자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했어요. 아나운서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생방송을 매일같이 지켰어요. 저도 15년을 그렇게 했고요. 그 모두가 티비에스 역사인데 편파방송, 그 주홍글씨 하나로 티비에스를 지워버리려는 게 아닌지, 그 때문에 문을 닫는 상황에 직면해야 하는지 솔직히 묻고 싶습니다.”

최지은 아나운서는 인터뷰가 불러올 후폭풍을 걱정하며 이른바 우리 사회 보수·진보 진영 모두로부터 버림받는 티비에스의 현실에 답답함과 좌절감을 드러냈다.

최지은 “분명히 이 인터뷰 기사가 나가면 댓글이 이렇게 달릴 거예요. 한쪽은 ‘너희가 김어준을 버렸으니까 망해도 싸다.’ 다른 쪽에서는 ‘너희는 좌편향 방송을 했으니까 망해도 싸다.’ 티비에스 역사엔 34년 동안 시민과 호흡하며 켜켜이 쌓아온 다양한 프로그램이 누적되어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정치 편향 방송으로 낙인찍혀, (보수와 진보) 절반으로 나뉜 양쪽 모두에게서 버림받고 있어요. 입사한 지 17년이 넘었는데 왜 제 삶과 티비에스의 모든 역사가 이쪽저쪽 시민들로부터 다 버림받아야 하지요? 저는 코로나19 때 특보 방송을 2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았어요. 공중 보건 분야에 여러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도 크고, 공익성을 인정받고 시청자도 좋아해 주셨어요. 그런 부분은 무시한 채 너희는 좌편향 방송을 했으니 망해도 돼, 너희는 김어준을 내쫓았으니까는 망해도 된다는 프레임에 갇혀 빠져나올 수가 없는 현실이 답답하죠.”

이민준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할 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어요. 한 젊은 여성이 다가와 ‘그러니까 진작에 김어준을 내보냈으면 됐잖아요’라고 화를 내더라고요. 저는 ‘김어준씨 나간 지 1년이 넘었다’고 했죠. 그랬더니 ‘그럼 앞으로 잘되겠네요’라면서 가더라고요. 아직도 티비에스엔 그 잔상이 남아 있고, 정확한 티비에스 상황은 시민들에게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결국 우리가 너무 제 목소리를 안 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안타까워요.”

김보빈·최지은·이민준 아나운서(왼쪽부터)가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티비에스(TBS)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걸음마 떼고 있는데 밖으로 몰아내”

서울시의회는 티비에스에 독자생존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12월22일, 오는 5월31일까지 운영비, 청사유지비, 조기퇴직급여 등 명목으로 93억원을 지원하면서 제작비는 단 한푼도 주지 않았다. 그마저 마지막이라며 “더 이상 지원은 없다”고 못 박았다. 티비에스는 상업광고를 할 수 없다. 서울시 지원금으로 운영해온 티비에스가 홀로 서고 싶어도 생존을 위한 최소 요건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김보빈 “너희 스스로 어려움을 타개하고 독립하라는 게 서울시 요구인데,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독립재단이 되면서 자체 사업을 해보자는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잘 안됐어요. 상업광고는 막혀 있어요. 독립재단이 된 지도 몇년 안 됐어요. 막 신생아에서 걸음마를 떼는 시기인데 당장 독립하라, 자생하라고 한다고 그게 가능한 게 아니잖아요. 그냥 바깥으로 몰아내는 것이죠.”

최지은 “독립을 위해선 실무적으로 협의할 게 굉장히 많은 것 아닌가요? 방송통신위원회가 상업광고부터 풀어야 하고, 티비에스 주파수의 성격 규정도 다시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이런 부분은 해결하지 않은 채 무조건 독립 법인 하라고 하는데, 방송 생태계에 대해 알고 얘기를 꺼낸 것인지 의문이 들어요. 저희는 공적 자산으로 출발했고, 34년 동안 공공성을 기반으로 방송했는데 그 성격을 무시한 채 그냥 민영방송으로 전환하라는 게 과연 맞는 요구인가요?”

세 아나운서는 민영화를 말하지만 매각도 쉽지 않은 게 티비에스의 엄혹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민준 “민영화를 말하는데 누군가 티비에스를 사려면 이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있고 사업에 이득이 되는 구조라야 가능한 것 아닌가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자신이 갖고 있는 자본을 투입만 해야 하는 구조로 운영되니 사겠다고 나서는 기관도 없는 것이죠. 최소한 상업광고라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갖춘 상태에서 지원을 중단해야 하는데 일단 선조치(폐국 방침 결정)하고 너희들이 알아서 독립하라고 압박하는 건, 많이 아쉬운 결정이죠.”

최지은 “자꾸 내몰기만 하니 저희도 힘들고, 청취자도 무관심 속에 떠나가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요.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보고 가야 하나요? 정치권도 이쪽이든 저쪽이든 저희를 플랫폼으로 이용만 했지, 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나서 해결해주려 하지 않아요.”

이민준 “시민들은 너희도 와이티엔(YTN)처럼 민영화하면 되는 거 아니냐, 예산 끊으면 알아서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티비에스는 와이티엔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요. 와이티엔은 남산타워도 있고 건물 등 여러 유형의 자산이 있으니 임대 사업이라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구매자가 달려들지만 티비에스는 방송국 건물도 저희 것이 아니거든요.”

아나운서가 작가상을 받았다

아나운서를 비롯한 티비에스 구성원은 ‘이 아니면 잇몸으로 산다’는 자세로 버텨왔다. 특히 최전선에서 청취자를 만나는 아나운서는 피디와 단둘이 글도 쓰고 섭외하고 스스로를 최대한 쥐어짜며 2년 가까이 견뎠다. 최지은 아나운서는 이 과정에서 ‘작가상’까지 받았고, 아나운서들 스스로 “작가로 재취업하면 되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주고받는 등 씁쓸한 현실과 마주한다고 전했다.

최지은 “2023년 3월부터 제 프로그램엔 작가님이 안 계셨어요. 2시간짜리 방송 코너를 저와 프로듀서 둘이 짜고, 코너별 원고도 제가 썼죠. 그러다 보니 아나운서인 제가 작가상(2023년 8월 한국피디연합회 시상)까지 받았어요. 에스비에스(SBS) 피디가 당시 시상을 했는데 ‘현직 아나운서가 작가상을 받은 게 처음’이라며 ‘이런 현실을 축하한다고 해야 될지 슬프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상을 주더라고요. 그래도 지난해까지 박구용 전남대 교수, 썬킴, 꽈추형, 피아노오빠, 대금이누나, 정욱식 대표 등 최장군의 게스트 라인업이 화려했어요. 모두 선의로 와주셨는데 그마저도 여력이 안 돼 올해 1월1일부터는 피디님이 겨우 오프닝 원고만 쓰고, 나머지는 다 청취자 문자로 채워가고 있어요. 2시간 방송에 원고는 에이포(A4)용지 딱 한장입니다. 2시간 생방송 동안 허덕허덕하면서 운에 기대고 청취자분들에게 온전히 의지하는 게 현실입니다.”

김보빈 “모든 프로그램이 마찬가지예요. 저도 2022년 여름부터 작가님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어요. 피디와 저, 단둘이서 모든 역할을 나눠 기획하고 쓰고 말하고. 저희끼리 ‘회사 없어지면 작가로 재취업을 노려보자’고 얘기를 할 정도인데…. 그나마 청취자들이 응원해주고 문자를 보내면서 방송을 채워주니 청취자께 그저 감사할 뿐이죠.”

감정노동의 고통도 극심하다고 했다.

최지은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가 높아요. 아나운서는 방송 최전선에 있잖아요. 저희도 감정노동자인데 매일 방송에 노출해야 하고, ‘보이는 라디오’를 하다 보니 유튜브로 동시 접속자가 몇백명씩 들어와요. 오후 4시대 프로그램이라 텐션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죠. 우는소리도 하루 이틀이지 우리 회사 안 좋다고 계속 노출할 수도 없고, 모든 걸 감내하며 좋은 에너지를 마지막까지 끌어내서 청취자에게 전해준다는 게 굉장히 힘들죠. 우리 현실과 방송 사이의 간극, 그 이격감이 굉장히 크거든요.”

그나마 최지은 아나운서는 청취자들이 만든 팬카페에서 팬들과 소통하며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그는 “그나마 제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는 시한도 5월31일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 싶어요. 청취자께도 못 할 짓이고, 17년 동안 방송인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저는 또 어디에 가서 제 정체성을 찾아야 할지 이런 고민을 강제로 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했다.

얘기를 듣던 김보빈 아나운서는 “아~, 너무 슬프다”라고 탄식했다. 이민준 아나운서는 “저처럼 짧게 근무한 사람부터 20년 넘게 몸담은 사람까지 다양한 이들이 일하는 직장이고, 모두 생활인인데 그들의 생활의 터전을 이렇게 확 빼앗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최근 결혼하는 직원이 많은데 마음껏 행복할 수도 없고, 축하받지도 못해요. 저도 ‘요즘 회사는 괜찮니’라고 묻는 부모님께 ‘좀 나아졌다’는 얘기를 할 수 없어 잘 찾아뵙지도 못해요. 점점 위축되는 제 모습이 너무 슬퍼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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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티비에스 지원을 중지하는 조례안이 통과된 2022년 11월15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티비에스 직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연설이 중계되는 가운데 조례 통과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민 위해 오세훈 시장이 나서야”

5월31일 이후 상황에 대한 불안은 더 크다. 폐국이 현실이 되는 6월1일부터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민준 “저희가 아직 채널을 갖고 있기 때문에 11월 재허가 심사까지 어쨌든 방송은 할 수 있죠. 그런데 6월1일부터 월급이 없는데, 과연 누가 방송을 이어갈지….”

최지은 “더 현실적인 부분이 걸려 있어요. 6월1일부터 예산이 0원인데 방송국 사옥도 서울시 소유라 임차비를 내야 하고, 방송을 내보내려면 송출료도 필요해요. 지금 그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어요. 그 이후 상황은 예측할 수 없어요.”

김보빈 “그때 회사 문은 열릴까요? 아나운서인 저희만 마이크 앞에 선다고 방송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피디·엔지니어·기술팀 등 모든 분들이 함께 만드는 건데 그분들 마음은 어떠실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건 서울시의회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서울시의회는 강경하다. 오세훈 시장도 지난 1월17일 출입기자 신년 간담회에서 “티비에스 지원을 완전 중단할 필요가 있냐는 입장이었는데 (시의회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티비에스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 아나운서는 오 시장에게 해법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민준 “시장이라는 자리도 결국 서울 시민을 위해 일하는 거잖아요. 티비에스에도 서울 시민이 있고,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그 시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정은 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김보빈 “오 시장님도 저희 방송에 많이 출연하시고 인터뷰도 했습니다. 저희는 티 나지 않아도 묵묵하게 일을 해나가는 게 공영방송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소리도 내지 않았어요.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말씀드립니다. 티비에스 34년의 역사를 생각해 주세요.”

최지은 “오 시장님도 설마 사태가 이렇게까지 가리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연애 싸움도 서로 격해지면 계속 선을 넘는 것처럼 여기까지 와버린 게 아닐까,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이런저런 계산을 하지 않고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게 멋있어 보일 때가 있잖아요. 지금은 계산기를 두드릴 게 아니라 손을 내밀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김보빈 “올해 15년차인데 어떻게 되든 제가 있던 이곳에서 끝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결혼하기 전에 새벽 5시부터 7시까지 생방송을 진행했어요. 그러면 4시에 집에서 나와요. 정말 깜깜한데 편의점 하나 불이 켜져 있으면 그게 너무 반가운 거예요. (울먹이며) 자꾸 눈물이 나네요. 뭔가 위안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런 방송 왜 필요하냐’고 말씀하는 분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어두운 밤에 불 켜진 그런 편의점처럼, 티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회사이고, 그곳을 지키고 있는 많은 직원들이 있다는 것을 시민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김보빈 아나운서는 애써 참아온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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