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90명을 상대로 보증금 62억원을 가로채고 미국으로 도피한 전세 사기범 부부의 얼굴이 미국 연방 이민세관국(ICE)을 통해 공개됐다.
ICE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지난달 19일 한국으로 송환된 40대 남모씨와 최모씨 부부의 추방 당시 사진을 게재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2019년 4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대전시 일대에서 다가구주택 11채를 매수한 후 이른바 ‘깡통 전세’ 사기를 설계했다.
깡통전세란 건물 담보 대출과 세입자 보증금이 실제 건물의 가치보다 많은 것으로, 남아있는 건물의 가치가 텅 비었다는 뜻이다.
이들 부부는 전월세 계약 희망자 90명을 상대로 전세보증금을 충분히 반환할 수 있는 것처럼 속여 6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중 한 명인 50세 남성은 이들에게 전세보증금 8000만원을 사기당한 뒤 지난해 6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부부는 수사를 피하려고 미국 애틀랜타로 도피했다. 애틀랜타에는 남씨의 언니가 거주하고 있었고, 이들 부부는 애틀랜타 고급 주택가에 살면서 아들을 펜싱 클럽에 보내는 등 풍족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피의자 2명에 대한 적색수배를 발부받았다. 또 피의자들이 미국에서 인접한 캐나다로 도주할 경우를 대비해 캐나다 인터폴과 국경관리청(CBSA)에 피의자 입국 시 즉시 통보 요청을 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한국지부(HSI)·외교보안국 서울지부(DSS)·세관국경보호국(CBP) 등과 공조 채널을 구축했다.
올해 7월 경찰청은 거주지역 첩보를 입수해 미국의 추방 담당 기관인 집행·퇴거운영국(ERO)에 긴급 공조를 요청해 2개월간 잠복 끝에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이후 연방 이민법원은 최씨와 남씨에게 지난해 11월 자진 출국 명령을 내렸고, 부부는 지난달 ERO 시애틀팀과 한국 관계자들의 호송 아래 상업 항공편을 통해 한국으로 송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