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코스피 ‘숨은 밸류’…최근 한달 5% 뛴 ETF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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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06. 오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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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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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 피로감 속 주목 받는 ‘투자 대안’
경제
한국 증시는 여러 악재에 맞닥뜨려 있다. 국내 정치 불안정과 경기 둔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등 각종 불확실성에 증권사들도 상반기엔 반등이 쉽지 않다는 ‘상저하고’ 전망을 내놨다. 그래도 지난 3일 국내 증시 양대 시장이 모처럼 기분좋게 올라 코스피는 2440선을, 코스닥 지수는 700선을 회복해 기대감을 갖게 했다. 과연 국내 주식시장을 끌어올릴 마땅한 동력이 있을까? 증시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믿을 건 상장사 본연의 경쟁력이다. 불투명한 시계 속에 출발하는 2025년, 이제 1년을 맞는 정부의 ‘밸류업(Value-Up, 기업 가치제고) 프로그램’에 주목해야 이유다.
“여야 상관없이 이견 없다”…코스피 원동력은 ‘밸류업’
새해 첫 증시 개장일인 지난 2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해 우리 자본시장은 주요국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올해도 위험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올해에는 더 많은 대표기업들이 참여해 주주가치 중심의 경영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원 기자
실제 밸류업은 자본시장의 ‘큰 손’인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기대감을 나타내는 정책이다. 갈등과 마찰을 빚고 있는 정치권에서조차 밸류업 정책의 취지와 제도 정착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102개사,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41%의 상장기업이 밸류업 공시에 참여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발표된 밸류업 본공시가 그 이전 6개월을 합친 것보다 많아 주주가치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기업들도 쇄신의 ‘돌파구’로 밸류업 정책을 활용하는 분위기다.

투자는 계속돼야 한다. 게다가 국내 주식은 ‘역대급 저평가’ 구간이다. 싼 가격은 매력적인 요소이며, 밸류업 정책 효과가 더해지면 저가 매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쉬지 않고 오른 미국 주식에 대한 피로감도 점점 쌓이고 있다.

김주원 기자
밸류업은 말 그대로 투자 대상으로서 기업의 가치를 올리겠다는 의미다. 그 핵심 결과물이 ‘코리아밸류업지수(밸류업지수)’다. 밸류업지수 수익률은 지난해 9월 24일 발표된 뒤 올해 1월 3일까지 -2.4%로 같은 기간 -5.8%를 기록한 코스피를 웃돌았다. 밸류업지수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4일 상장된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양호하다. 특히 지난해 내내 한국 증시가 부진했고,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불확실성이 극도로 심화한 것을 감안하면 밸류업 ETF 성적표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19일~12월 19일 수익률을 보면 11개 ETF가 코스피(-1.46%) 상승률보다 높았다. ‘KoAct코리아밸류업액티브’의 수익률이 2.55%로 가장 높았다. ‘TRUSTON코리아밸류업액티브’(0.47%)를 비롯한 5개 상품도 비록 미미하지만 수익을 냈다.

출시일(11월 4일)을 기준으로 지난 12월 16일까지의 수익률도 12개 ETF 모두 코스피보다는 나은 성과를 냈다. 대신증권 집계에 따르면 이 기간 ‘KoAct코리아밸류업액티브’의 코스피 대비 초과수익률은 3.8%를 기록했다. ‘KOSEF코리아밸류업’(2.3%), ‘ACE코리아밸류업’(2.3%), ‘SOL코리아밸류업TR’(2.1%), ‘RISE코리아밸류업’(2%), ‘KODEX코리아밸류업’(2%)은 코스피 대비 2%대의 초과수익률을 보였다.

12개 밸류업 ETF 성적표, 코스피보다 수익률 높아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치발 리스크로) 밸류업 정책 동력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기이긴 하지만 밸류업 정책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밸류업 공시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 성장률이 낮은 가운데, 개별 기업이 내놓은 새로운 주주 환원 정책들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원 기자
12개의 ETF 중 9개는 패시브(passive) ETF다. 기초자산인 코리아밸류업지수를 그대로 따라간다. 나머지 3개는 펀드매니저의 재량으로 추가 종목을 넣어 기초 자산보다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active) ETF다.

패시브 ETF들의 구성 종목은 모두 같다. 지난 12월 20일 기준 상위 5개 구성 종목은 SK하이닉스·삼성전자·현대차·셀트리온·기아 순이고 비중도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수익률 역시 큰 차이가 없다.

총보수는 종류별로 차이가 있다. ‘TIGER코리아밸류업’과 ‘RISE코리아밸류업’, ‘KODEX코리아밸류업’의 총보수가 0.008%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영옥 기자
‘SOL코리아밸류업 TR’의 경우 유일하게 배당 재투자 상품이다. 이 상품을 운용하는 신한자산운용 측은 “코리아밸류업 지수의 배당수익률은 2% 수준으로 월배당 상품으로는 투자 매력도가 높지 않다”며 “배당 재투자를 통한 ‘스노우볼 효과’로 총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밸류업 액티브 ETF의 경우 밸류업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운용하는 만큼 패시브 ETF와 상품 구성이 다르다. ‘KoAct코리아밸류업액티브’의 경우 처음엔 없었지만 앞으로 밸류업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종목을 미리 포트폴리오에 담았는데, KB금융·KT·하나금융지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종목은 실제 최근 밸류업지수에 신규 편입됐다. ‘KoAct코리아밸류업액티브’는 네이버·티웨이항공·감성코퍼레이션 등 밸류업지수 미포함 종목도 구성 종목에 포함했다.

포트폴리오 상위에 있는 종목 역시 액티브 ETF 3개는 패시브 ETF와 차이가 있다. 지난 12월 20일 기준 ‘KoAct코리아밸류업액티브’의 상위 5개 종목은 SK하이닉스·현대차·삼성전자·HD현대일렉트릭·기아로 구성됐다. ‘TRUSTON코리아밸류업액티브’의 상위 5개 종목은 현대차2우B·KB금융·SK하이닉스·삼성전자·삼성카드, ‘TIMEFOLIO코리아밸류업액티브’의 상위 5개 종목은 SK하이닉스·기아·현대차·삼양식품·삼성전자다.

예비 밸류업 종목 포함한 주주가치 ETF도 주목할만
주주가치 개선은 증시에서 대세가 됐다. 국내 증시엔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기업들을 모아 투자하는 ETF가 여럿 상장돼 있다. 이들 상품도 넓은 의미에서 ‘밸류업 ETF’로 분류할 수 있다.

김영옥 기자
‘BNK주주가치액티브’는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FnGuide)의 주주가치 지수를 기초지수로 둔다. BNK자산운용 측은 “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까지 고려한 주주수익률 상위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다. 포트폴리오 상위 5개 종목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우리금융지주·메리츠금융지주·KT&G다. ‘ACE라이프자산주주가치액티브’도 에프앤가이드 주주가치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고 주주가치 제고 및 기업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저평가된 우량 기업에 투자한다. 오리온·DN오토모티브·기아·HD현대건설기계·현대차2우B를 가장 많이 담았다.

김영옥 기자
시장에서는 앞으로 한국 증시에서는 밸류업 혹은 주주가치 제고 기업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여전히 밸류업 관련 기업에 관심이 많은 분위기”라며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기업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권했다.

김영옥 기자
다만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기업가치 제고 기업에 혜택을 주는 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초 개정안에는 배당·자사주 소각 등 기업이 주주에게 환원한 금액의 5%를 초과하는 증가분에 대해 세액공제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정치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은 일관된 모습인 만큼 정책의 큰 방향성은 지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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