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그동안의 수세적 태도에서 벗어나 반격에 나섰다. 12·3 비상계엄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이날 내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선 게 윤 대통령 측과의 교감에 따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준비기일을 하루 앞둔 이날에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별다른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지난 12일 담화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는 입장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복수의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최근 주변에 “왜 비상계엄 당일 하루 상황만 보려 하느냐”며 “계엄을 하게 된 전체 배경을 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12일 담화에서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되어 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김용현 전 장관의 적극 대응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는 평가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일일이 반박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내란 혐의 재판의 쟁점인 ▶국회의원 국회 출입 통제 ▶체포 대상 명단 등을 모두 부인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은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국회에 대한 경고이며 ▶헌법상 대통령 권한인 비상계엄 선포권을 규정에 맞춰 쓴 만큼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지속하면서 대통령실 일각에서도 동조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 참모는 “대통령이 싸울 의지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결국 법적 다툼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판단에 대한 적법 여부 아닌가. 솔직히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대통령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은 죽을 때 죽더라도 절대 혼자 죽지 않고 이재명(민주당 대표)과 같이 죽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업체는 탄핵소추 이후 윤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보수 성향 인터넷 언론인 데일리안이 여론조사업체 공정에 의뢰해 지난 23~24일 이틀간 조사해 26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4%로 나타났다. 탄핵소추 전인 지난 9일 조사에 비해 12.9%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여권 관계자는 “탄핵에 대한 반감으로 보수층이 결집한 효과”라며 “더불어민주당이 탄핵과 내란죄를 밀어붙이는 데 대한 보수층의 반감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용산 참모는 이같은 결과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관저에서 촬영한 영상에 등장한 이후 12일째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24일 관저에서 성탄 예배를 했다는 소식 외엔 누구를 만나거나 어떤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과거 윤 대통령과 소통했던 여권 인사는 “최근에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했다는 인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등 변호인과만 연락을 주고받는 것 같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또한 외부 활동은 중단된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를 미리 몰랐던 김 여사가 큰 충격을 받은 거로 안다”며 “최근 건강상태가 악화하면서 살도 많이 빠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