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하며 담화 직후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 대행임을 인정한 담화로 가장 적극적 권한인 거부권은 행사하고, 형식적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는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교감하고 농성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도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에 여야 합의 핑계를 대는 건 궁색하다”고 비판한 만큼, 한 대행에 대한 탄핵안은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한 대행에 대한 탄핵 표결 정족수는 대통령 기준(200석)이 아닌 국무총리 기준(151석)으로 야당 단독으로 의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탄핵되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한 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이유로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 권한의 내재적 한계를 들었다. 한 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헌법과 법률에 담긴 정신”이라며 “불가피하게 권한을 행사하려면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헌정사에서 깨진 적이 없는 관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분노하는데 그냥 임명하면 되지 뭐가 문제냐는 분도 계시지만 역사를 돌아볼 때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단 한 분도 안 계셨다”며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 없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우리 헌정질서에 부합하느냐”고 되물었다. 한 대행은 “야당은 헌법기관 임명이라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행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19일 한 대행이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당시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라는 것은 없다. 자제할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치적 결단’을 회피한 한 대행의 선택 자체가 정치 행위라고 비판한다. 한 대행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일부러 담화를 발표했다는 것으로, 윤·한 교감설을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총리이자 윤 대통령의 권한대행 자격으로 재판 일정에 쫓기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계획을 흐트러뜨리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 대행이 요구한 여야 합의 가능성이 ‘0’에 수렴되는 까닭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한동안 6인 재판관 체제로 진행돼야 한다. 헌재에서 탄핵을 인용하려면 재판관 6명의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윤 대통령 입장에선 9인 체제보다 6인 체제가 유리하다. 한 친윤계 인사는 “9인 체제는 어렵지만, 6인 체제면 윤 대통령이 살아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 탄핵의 가결 정족수가 200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탄핵을 밀어붙일 경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는 “한 대행이 탄핵되면 제2의 외환위기가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이 탄핵하겠다는 것은 한 권한대행이 아니라 국정과 민생, 외교, 대한민국을 탄핵하겠다는 것”이라며 “국정을 마비시키고 초토화하는 민주당이야말로 내란 정치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