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벗고 여성과 한 침대에"…의원들 분노케한 '의문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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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1.11. 오전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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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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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부산 동구의회 김희재 의원에게 발송된 이메일에 담긴 사진. 발송자는 기존 음란물에 김 의원 얼굴을 덧씌워 제작한 이미지와 협박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을 함께 보냈다. 사진 김희재 의원

광역ㆍ기초의회 남성 의원들의 얼굴을 음란물에 덧씌우는 방식으로 제작한 딥 페이크 사진이 당사자인 의원들에게 발송되고 있다. 사진을 담은 이메일엔 협박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내용의 메시지도 담겼다. 의원들은 수사 의뢰를 위해 피해 사례를 모으는 한편 정당ㆍ의회 차원의 대응책도 고심하고 있다.

타깃 된 젊은 男 의원 “주민ㆍ가족 오해 두렵다”
부산 동구의회 김희재 의원은 10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침대 위에 발가벗은 채 여자와 누워있는 남성의 모습에 내 얼굴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 파일을 최근 전송받았다”고 밝혔다. 파일이 첨부된 이메일이 온 건 지난 2일 오전 1시쯤이다. 이메일 본문엔 ‘당신의 범죄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 어떤 영향이 터지는지 잘 알 것이다. 당장 연락하기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 의원은 같은 내용의 이메일·문자 메시지를 받은 의원들의 피해 상황을 종합하고 있다.

실제 비슷한 피해 사례가 서울과 인천, 대전 등지의 광역ㆍ기초의회에서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은 지난달 “불법적인 기술이 누군가의 명예와 인격을 짓밟는 현실이 충격적이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김 의원이 이런 성명을 낸 건 서울지역 시ㆍ구의원 등 5명이 합성 음란물 영상 공개를 빌미로 암호 화폐를 요구하는 협박성 이메일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부산 동구의회 김희재 의원이 받은 이메일 내용. 사진 김희재 의원

인천 서구와 계양구, 연수구의회 소속 기초의원 5명도 합성 음란물 유포를 암시하며 금품을 요구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들 중 한 명이 답장을 보냈더니 ‘5만 USDT 암호 화폐(달러화와 연동하는 암호 화폐)만 받는다. 돈만 원하고, 돈을 받으면 모든 걸 너한테 주겠다‘는 내용의 답이 왔다고 한다. 대전시의원 6명도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협박성 메일은 주로 40대 중반 안팎의 젊은 의원들에게 여ㆍ야를 가리지 않고 발송됐다. 합성물 제작에는 선거 때 혹은 의회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사진이 사용됐다. 아직 여성 의원의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부산 동래구의회 전두현 의원은 “합성된 사진이란 건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역구 주민이나, 특히 가족 중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 (합성 사진을) 오해하거나 충격받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의정활동에도 나쁜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 “정당 차원 대응 필요”
의원들은 함께 수사를 의뢰하기 위해 피해 사례를 종합하고 있다. 이미 개별 신고를 마친 의원도 있다. 이메일을 받은 직후 신고한 부산 북구의회의 한 의원은 ‘이메일이 제주에서 발송된 것으로 파악된다’는 내용의 답변을 받았다. 사건은 제주경찰청으로 이첩됐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얼굴과 연락처가 공개돼있는 정치인들의 경우 계속해서 이런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 선거 등 민감한 시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혼란이 매우 커질 것”이라며 “정당 차원에서 신고센터 등을 운영해 신속한 수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는 걸 각인해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지난 9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소지·시청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300인 중 재석 249인, 찬성 241인, 반대 0인, 기권 8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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