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ㆍ기초의회 남성 의원들의 얼굴을 음란물에 덧씌우는 방식으로 제작한 딥 페이크 사진이 당사자인 의원들에게 발송되고 있다. 사진을 담은 이메일엔 협박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내용의 메시지도 담겼다. 의원들은 수사 의뢰를 위해 피해 사례를 모으는 한편 정당ㆍ의회 차원의 대응책도 고심하고 있다.
실제 비슷한 피해 사례가 서울과 인천, 대전 등지의 광역ㆍ기초의회에서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은 지난달 “불법적인 기술이 누군가의 명예와 인격을 짓밟는 현실이 충격적이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김 의원이 이런 성명을 낸 건 서울지역 시ㆍ구의원 등 5명이 합성 음란물 영상 공개를 빌미로 암호 화폐를 요구하는 협박성 이메일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천 서구와 계양구, 연수구의회 소속 기초의원 5명도 합성 음란물 유포를 암시하며 금품을 요구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들 중 한 명이 답장을 보냈더니 ‘5만 USDT 암호 화폐(달러화와 연동하는 암호 화폐)만 받는다. 돈만 원하고, 돈을 받으면 모든 걸 너한테 주겠다‘는 내용의 답이 왔다고 한다. 대전시의원 6명도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협박성 메일은 주로 40대 중반 안팎의 젊은 의원들에게 여ㆍ야를 가리지 않고 발송됐다. 합성물 제작에는 선거 때 혹은 의회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사진이 사용됐다. 아직 여성 의원의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부산 동래구의회 전두현 의원은 “합성된 사진이란 건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역구 주민이나, 특히 가족 중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 (합성 사진을) 오해하거나 충격받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의정활동에도 나쁜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얼굴과 연락처가 공개돼있는 정치인들의 경우 계속해서 이런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 선거 등 민감한 시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혼란이 매우 커질 것”이라며 “정당 차원에서 신고센터 등을 운영해 신속한 수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는 걸 각인해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