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경영난으로 실시한 특별명예퇴직으로 입사 31년 만에 회사를 떠나게 된 황정민 아나운서가 마지막 생방송에서 눈물을 보였다.
황 아나운서는 29일 오후 KBS 라디오 '황정민의 뮤직쇼'를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이날 방송은 오는 31일 자로 퇴사하는 그의 마지막 생방송이다. '황정민의 뮤직쇼'는 녹음분인 주말 방송을 끝으로 다음 달 1일 폐지된다.
황 아나운서는 방송을 시작하며 "가끔 제 손을 보면서 '손이 참 짧다' '너무 안 예쁘다' '반지 껴도 안 어울리겠다' '일복이 많게 생겼다'는 생각을 했다"며 "실제로 일도 많았고 열심히 했다. 근데 일복만 있는 건 아니었다. 저를 이 시간까지 올 수 있게 이끌어준 건 일을 통해 만난 정말 좋은 사람들. 인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마지막 생방송에서 어떤 멋진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생각했는데 딱 이 마음이더라"라며 "매일 수많은 청취자를 만나고 얘기를 나눌 수 있어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다. 황족(청취자 애칭)들이 제게 가장 큰 복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저의 방송을 함께 해주셨던 모든 분이 저를 즐겁고 행복한 사람으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방송 중엔 황 아나운서 자녀들이 남긴 음성 편지도 깜짝 공개됐다.
황 아나운서의 딸은 "오늘 마지막이라고 들었는데 저도 예전에 '뮤직쇼'에 나가 퀴즈를 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엄마가 라디오 하는 걸 듣고 보면 새롭고 신기하고 반가웠는데 마지막이라고 하니 엄마 기분도 궁금하다"며 "30년간 방송하느라 고생했고 마지막까지 잘하고 와라. 방송하느라 그동안 못 했던 거 다 하라"는 말을 남겼다.
아들 역시 "방송하느라 수고했고 마지막까지 잘하고 와라. 이따 집에서 보자"고 전했다. 자녀들의 메시지를 들은 황 아나운서는 다시 한번 눈물을 보였다.
한편 황 아나운서는 1993년 KBS 19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뉴스 프로그램뿐 아니라 'VJ 특공대' '도전! 지구탐험대' 등 프로그램의 진행도 맡았다. 1998년부터 2017년까지 19년간 KBS 라디오 '황정민의 FM대행진'을 맡았다가 육아 휴직으로 하차한 뒤, 약 3년 만인 2020년부터 '황정민의 뮤직쇼'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최근 KBS에 특별명예퇴직을 신청하며 31년간의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앞서 KBS는 계속되는 적자와 TV 수신료 분리 징수로 인한 경영 위기를 극복하겠다면서 지난달부터 특별명예퇴직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퇴직자 명단에는 황 아나운서를 포함해 스포츠 중계를 맡아온 이광용 아나운서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