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문형배·이미선)했거나 야당(김기영·이영진)과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이은애)이 지명한 재판관 5명도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탄핵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헌재는 이날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검사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 중 일반인 범죄경력조회 무단 열람, (대기업 임원과 식사 모임 등) 청탁금지법 위반, 동료 검사들에게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처남 마약 수사 무마 의혹 부분 등은 행위의 일시·대상·상대방 등 구체적 태양(모양이나 형태), 직무집행 관련성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소추 사유가 형식적 적법성을 갖추지 못해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회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의혹들을 탄핵 사유로 삼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른 탄핵소추 사유인 ▶코로나19 집합금지명령 위반 ▶자녀 진학용 위장전입 등에 대해서는 “직무집행과 관계 없는 행위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헌재가 유일하게 구체적으로 살핀 탄핵소추 사유는 2020년 8월 이 검사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 사건 재판에서 당시 김 전 차관의 ‘스폰서’로 지목됐던 사업가 최모씨를 증인신문 전에 면담한 사실에 대해서였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 시도가 기각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5월 안동완(54·사법연수원 32기) 검사의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됐다. 당시엔 재판관 의견이 탄핵 기각 5, 탄핵 인용 4로 팽팽히 갈렸다.
이 검사의 각종 비위 의혹은 지난해 10월 김의겸 당시 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했다. 이 검사가 지난해 9월 검찰 인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수원지검 2차장으로 발령난 직후다. 제보자였던 이 검사의 처남댁 강미정씨는 총선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으로 영입됐다.
이날 만장일치 기각 결정에 대해 김상겸(헌법학) 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당연한 기각”이라며 “(당 대표) 수사 검사를 대상으로 한 탄핵 시도는 형사사법체계를 정치적 영향력 아래에 두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민주당의 아니면 말고 식의 표적 탄핵은 중단돼야 하며, 사법 체계를 농락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했다. 반면에 검사 탄핵을 추진했던 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은 이날 입장문에서 “향후 수사 및 검찰의 감찰 결과에 따라 검사 탄핵 여부를 다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