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이를 지켜보던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현대차그룹 회장)의 전화기가 울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전화였다. 정 회장은 주변에 있던 양궁 관계자들에게 말을 꺼냈다. “명예회장님이 우진이 8점 쏘신 거 보고 걱정돼서 전화 주셨네요. 이제 10점 쏴야 한다고 응원해주신 거예요.”
결승을 앞두고 선수들이 한숨을 돌리는 시간. 정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걱정과 응원을 전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정 회장은 장영술 양궁협회 부회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장 부회장은 “명예회장님이 응원해주신다고 하면 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정 회장은 김우진에게 다가가 통화 내용을 전하며 김 선수를 다독였다.
대만과의 결승. 첫 사수는 김우진이었다. 김우진의 손을 떠난 화살은 10점 과녁 안에서도 가운데 동그라미인 ‘X10’으로 들어갔다. 남자팀은 대만에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 부회장은 기자에게 “명예회장님 전화가 온 뒤의 상황이 그렇게 바뀐 건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고 신기하다. 그만큼 양궁인들과 명예회장님, 정 회장님 사이에 마음의 벽이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과 현대차의 지원에 대해 양궁협회 등에선 “이유를 모르겠을 정도의 진심”이라고 말한다. 정 회장은 양궁 대표 선수단의 식단까지 챙긴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 선수들에게 제공한 장어와 꼬치 요리도 정 회장이 정한 식단이었다. 본인이 알고 있는 식당과 지인 추천을 더 해 모든 메뉴를 기록해 협회에 건넸다. 삼계탕이 선수단 식단에 오른 날, 양궁협회는 스테인리스 용기를 준비했는데 이를 본 정 회장이 “이렇게 먹으면 삼계탕 맛이 안 난다”며 현지에서 뚝배기를 공수한 적도 있다.
이번 파리올림픽을 앞두고도 정 회장은 양궁 선수단을 챙겼다. 지난해 6월 정 회장은 엑스포 유치 행사에 앞서 파리 올림픽 양궁경기장을 살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정 회장은 선수단 동선에 맞춰 경기장과 식당, 화장실 간 이동 시간을 살피고 걸음 수까지 직접 따졌다고 한다. 식당에선 선수단이 먹을 점심까지 미리 맛보며 식단까지 챙겼다. 각 장소를 스스로 걸으며 몇 분이 걸리는지 확인했을 만큼 특유의 ‘디테일 경영’을 여기서도 발휘했다.
“삼계탕 뚝배기 좀 구해줘요”…현대차 ‘양궁 뒷바라지’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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