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표는 페이스북에 “저는 2025년엔 입시요강으로 발표된 증원을 시행하되, 2026년엔 2025년에 현원 3000명의 수업미비로 인해 증원분까지 합한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을 감안해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며 “국민 건강에 대해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라고도 강조했다.
앞서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한국거래소 방문을 마친 뒤에도 취재진과 만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국민 걱정과 우려를 경감시킬 대안이 필요하다”며 재차 중재자 역할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소집한 상태다. 의정충돌 관련 의견 수렴이 예상된다. 한 대표 측은 응급의료 참여 의료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을 대통령실에 건의할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당내 일각에선 의료계가 요구하고 있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교체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에선 한 대표의 제안 자체보다 당ㆍ정간 내밀한 대화가 다음 날 언론 보도로 알려지는 과정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김 전 지사 복권 때와 마찬가지로 한 대표가 용산에 반대 입장을 전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자 언론에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는 패턴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내밀한 대화는 어렵다. 한 대표의 습관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종혁 최고위원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런 보도가 나오는 것 자체가 우리 입장에선 의료계와의 협상 카드를 잃어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20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나 의정 갈등 해법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의료 대란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크다”며 “한 대표는 용산에 출구를 마련해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증원 유예는 해결책이 되지 못할뿐더러, 한 대표의 말대로 진정 국민의 우려를 덜어주려면 언론 공개 전 당ㆍ정 간 해법을 모색하는 숙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대통령실이 야당과 직접 충돌해온 광복절 논란과 권익위 간부 사망 사고 등에 대해 한 대표는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야당이 직접 충돌하면서 여당의 완충 역할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의대 증원 유예를 대통령이 거절했다는 보도는 누가 봐도 여당에서 흘린 것”이라며 “당 대표 입장에서는 대선 주자로서 자기가 살아야 하니까 ‘대통령이 우리 말 안 들어요’라고 고자질하는 것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연금ㆍ의료 개혁 등 정부의 주요 과제 대부분이 입법 사안이라 당ㆍ정 간 긴밀한 소통은 여권 입장에선 여소야대 국면을 돌파할 필수적 요소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30일 만찬을 가진다”며 “이 자리에서 당정 간 소통 방식의 변화가 마련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