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권만 12개라는 北공작원 '리호남'…이재명 재판 변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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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7. 오후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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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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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특수공작원 리호남(이호남·본명 리철·별칭 리명운)이 지난 2018년 12월 중국 단둥 모처에서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관계자들과 식사를 하는 모습이다. 사진 독자

‘북한 특수공작원’ 리호남(별칭 리명운·본명 리철)이 2019년 7월 제2회 아태평화국제대회가 열린 필리핀 마닐라에 체류했는지 여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27일 이 대표가 쌍방울그룹 측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과 관련해 제3자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이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 심리를 앞두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은 지난 22일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 문주형) 심리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필리핀에 리호남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 대표의 경기지사 방북비용 명목으로 대납한 300만 달러 중 리호남에 줬다는 70만 달러는 뇌물공여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리호남의 필리핀 부재’ 주장에 대해 수원지검은 1심 판결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를 민주당과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이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1심 심리 과정,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을 항소심에 와서 문제 삼고 있다”며 “쟁점으로 부각된 이상 법정에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와 함께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한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도 중앙일보에 “리호남이 필리핀에 왔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왔다”며 “필리핀에 들어오기 전에 위챗으로 일정 소통까지 다 했었다. 다만 리호남은 공식 행사엔 참석할 수가 없는 신분이라 호텔 방에만 있었다”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지난 22일 공판 직후 “쌍방울 임직원들은 경기도, 아태평화교류협회 숙소가 아닌 오카다 호텔에 묵었고 리호남을 이 호텔에서 만난 걸로 기억한다”며 “아태협이 준비하는 경기도 행사에 우리 숙소비까지 부담시킬 순 없어서 따로 다른 호텔에 방을 잡았고, 김성태 회장과 리호남이 따로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지난해 3월 3일 1심 법정에서도 “(이재명 방북 관련) 중요한 이야기는 김성태 회장, 송명철(조선아태위 전 부실장) 둘이 했고, 리호남은 항상 그림자처럼 움직여서 그분과는 따로 이야기했다”고 증언했었다.

또 다른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리호남은 미 국무부에서도 주목해 제재 대상으로 삼은 북한 인사인데, 공식 행사장에 나올 리가 있었겠느냐”며 “그 할배(리호남)가 중국 이름으로 된 여권 12개를 갖고 다니는 걸 나도 봤고, 우리 직원 중에도 본 사람이 있다”고 했다.

제2회 아태평화국제대회 북측 초청 인사 명단. 자료 독자
김 전 회장이 리호남을 필리핀에서 만나 70만 달러를 건넸다는 사실관계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판결문에도 담겨있다. 김 전 회장은 “리호남이 500만 달러를 방북 비용으로 요청했으나 방 부회장이 300만 달러로 매듭지었고, 이 중 200만 달러는 당에, 100만 달러는 리호남에게 건네는 것으로 정리됐다”며 “필리핀에서 환치기로 70만 달러를 리호남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과 민주당의 “리호남은 오지 않았다”는 주장의 근거는 제2회 아태평화국제대회 초청 북측 인사 명단엔 리호남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황 등을 토대로 민주당은 지난 25일 “오지도 않은 리호남이 어떻게 70만 달러를 방북 비용 대납 목적으로 받아가겠느냐”는 대변인 논평을 냈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도 22일 법정에서 “북한 국적자가 미수교국인 필리핀에 들어오는 게 아주 어려워 한 번 실패한 뒤 겨우 6명이 들어왔다는 점을 증언할 아태협 관계자가 있다”며 증인 채택을 요구했지만 기각됐다. 재판부는 “개인에게 물어봐선 될 게 아니다. 검찰에서 (리호남 필리핀 체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추가로 제출할 증거를 살펴보라”고 증인 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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