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로이터통신이 입소스와 공동으로 22일~23일 1018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44%의 지지를 얻어 42%에 그친 트럼프를 앞섰다. 두 사람의 격차 2%포인트는 오차범위(±3%포인트)에 포함되기 때문에 통계적으로는 누가 우세하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전날 45% 대 47%로 트럼프를 바짝 뒤쫓고 있다는 모닝컨설트의 조사 결과까지 참고하면 사퇴 직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평균 6%포인트 이상 뒤지던 상황이 해리스의 등장으로 최소한 거의 대등한 ‘원점’으로 되돌아왔을 가능성이 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유권자의 56%가 해리스가 “정신적으로 예리하고 도전에 대처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반면 트럼프에 대해서는 49%만 그렇다고 답했다. 바이든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던 ‘고령 리스크’의 화살이 해리스의 등장으로 트럼프 자신을 향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해리스가 첫 단독 유세지로 택한 곳은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밀워키였다. 첫 유세에서 해리스는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환호를 유도한 뒤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when we fight, we win)”라고 외쳤다. 암살 위기를 넘긴 뒤 “싸우자(fight)”고 했던 트럼프에 대한 정면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쉰 듯한 목소리와 기침, 어눌한 표정과 말실수로 매번 구설에 올랐던 바이든의 유세와 비교하면 분위기도 달라졌다.
그가 유세장에 입장할 때 쓰인 노래는 흑인 여성가수 비욘세의 ‘자유(freedom)’였다. 자신의 곡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데 대해 엄격한 비욘세로부터 허락을 받은 공식 캠페인송으로, 흑인 여성의 인권 문제를 담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등 흑인 인권 시위에서 자주 등장하는 곡이기도 하다.
비욘세의 노래를 배경으로 해리스가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1분 넘게 해리스를 연호했다. “감사하다”며 환호를 진정시킨 뒤 시작한 연설에서 해리스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창을 한 뒤 지지자들이 따라 외치게 하거나, “어떤 나라에 살고 싶으냐”는 물음을 던진 뒤 “카멀라의 나라(a Kamala one)”라는 호응을 끌어냈다. 다소 일방향적이던 바이든의 유세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제외한 대다수가 해리스에 대한 지지 의사를 확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