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연명의료의 고통과 무의미함을 설명한 후 의사와 환자가 함께 서명한다. 연명의료행위는 심폐소생술·혈액투석·수혈·체외생명유지술(ECLS), 항암제·혈압상승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말한다. 김민기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고민 후 서명했고, 그대로 하고 떠났다. 건강할 때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작성한 적이 없다고 한다.
김민기는 위기상황을 넘기자 "집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고 싶다"며 퇴원했다. 이에 맞춰 의료진은 가정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길 추천했다.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이 집으로 가서 편안한 임종을 돕는 서비스이다. 이런 걸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전국에 38곳(2023년 4월 기준)에 불과하다. 항상 대기자가 넘친다. 김민기도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는 응급실에서 하루 보냈지만 말기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냈다.
김민기는 한창 전 의료진의 사전돌봄계획서 작성 요청에 응했다. 완화의료·호스피스를 비롯한 품위 있는 마무리 계획을 짜는 것이다. 그는 평소 스타일대로 "알겠다"며 덤덤하게 응했다. 생애 말기를 어떻게 보낼지 미리 뚜렷한 계획을 세워놓진 않았지만, 상황에 맞게 따라갔다. 순리대로 하자는 뉘앙스를 비췄다고 한다.
김민기는 21일 오후 눈을 감기 전 가족과 만났다. 김 팀장은 기자회견에서 "가족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보고 싶은 가족들 기다리셨다가 다 만나고 가셨다"고 했다. 가족에게 "그저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는 임종 3~4개월 전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민기처럼 전이되면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암세포가 위를 벗어나지 않은 '국한' 상태일 때 5년 생존율은 97.4%나 된다. 그러나 주위 장기나 림프샘으로 '국소 진행' 상태이면 61.4%로 떨어지고, 멀리 떨어진 장기까지 퍼진 '원격 전이' 상태가 되면 6.6%로 급락한다. 국한 상태에서 발견된 위암 환자가 65%, 국소 진행이 19.3%, 원격 전이가 10.9%(나머지는 모름)이다. 김민기는 원격 전이 상태였다. 좀 더 일찍 발견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조기 검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순리-. 김민기의 마지막 키워드이다. 항암치료를 했지만 듣지 않자 중단했다. 인위적으로 목숨을 연장하는 연명의료도 거부했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유신혜 교수는 "고인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항상 최선을 다해 보고 싶어 했지만 그걸 넘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다고 여겼다"고 말한다. 주변 사람들의 평소 호의를 조의금으로 대신했다. 조화나 그것을 보낸 사람의 이름을 쓴 리본으로 빈소를 장식하지 않았다.
김민기는 병원 대신 재택 임종을 선택하면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주변 지인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순수하고 맑은 웃음을 가진 사람답게 순리대로 마지막을 보냈다. 유신혜 교수는 "연명의료 같은 거 하지 않고 의미 있게 보내고 떠났다"고 말했다.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자신의 대표곡 '아침이슬'의 노랫말처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