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1시간도 ‘취업’…이렇게 쌓은 ‘고용률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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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4. 오전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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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시장 한파의 비밀
대학 졸업 후 2년째 취업 준비를 하는 김모(28)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월·수·금 오전 9~12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열 군데 이상 서류를 썼지만, 최종 합격을 하지 못했다. 김씨는 “눈을 낮춰야 하나 싶다가도 대기업 취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실패하면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고용률이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취업 시장에선 고용 훈풍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상으로는 김씨와 같은 알바생도 취업자로 분류해 고용 착시가 나타나고 있는 데다,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양질의 일자리보다 단순노동·저임금 일자리가 늘고 있어서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 고용률은 2014년 60.5%에서 코로나19가 닥친 2020년 60.1%로 떨어졌지만 2022년 62.1%, 2023년 62.6%로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월별 고용률을 보면 지난달 63.5%를 기록, 1982년 7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같은 달 기준 가장 높았다.

하지만 여기엔 취업자 통계 방식의 맹점이 있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 수로 집계되는데 통계청은 조사를 진행한 주에 수입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모든 사람을 ‘취업자’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김씨의 경우도 스스로는 ‘취업준비생’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통계상으로는 ‘취업자’로 분류된다.

이른바 ‘긱워커(Gig Worker)’라고 불리는 초단기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고용 착시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긱워커는 단기일자리 긱(gig)과 근로자를 의미하는 워커(worker)의 합성어로 배달 라이더처럼 직장에 매이지 않고 짧게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임시노동자를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주당 15시간 미만 일한 초단시간 근로자는 170만1000명으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취업자 중 비율은 2019년 6월 4.9%에서 지난달 5.9%로 증가 추세다.

정부의 공공 일자리 사업 증가로 인해 고령층이 단기 일자리 증가를 견인한 측면이 있지만 20대·30대 사이에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2030 초단시간 근로자는 약 40만명으로 팬데믹 때인 2021년(6월 기준) 41만명을 기록한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최저임금 및 주휴수당 인상으로 쪼개기 알바 채용이 늘어나고, 취업 준비가 장기화하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단기 일자리를 구하는 이들이 늘어난 점을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꼽았다.

고용 착시가 커진 또 다른 요인으로는 단순노동·저임금 중심의 이른바 ‘스몰잡(작은 일자리)’이 늘어난 점이 지목된다. 2014년과 지난해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직업 대분류 9가지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건 서비스 종사자(283만3000명→349만9500명, 23.5%)다. 해당 직군 안에선 고령층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돌봄·보건 관련 종사자가 75만8000명→115만1000명(51.8%)으로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단순노무 종사자도 10년 새 19.5% 늘어났다.

한편 20대 여성과 남성의 고용률 차이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여성 고용률(63.4%)에서 동년배 남성 고용률(58.4%)을 뺀 수치는 5%포인트를 기록했다. 2000년엔 남성(66.2%)이 여성(54.9%)보다 11.3%포인트 높았다. 20대에서 이 같은 추세 변화는 여성 인력 수요가 많은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고 남성은 군 복무로 사회 진출이 늦춰지는 영향이 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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