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카카오는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김 위원장과 관련해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검찰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하는 것을 묵인했거나 지시한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카뱅 지분 10% 뺀 나머지 매각 위기
김 위원장이 구속된 이후 카카오그룹 계열사 주가는 대부분 하락했다. 카카오는 전날보다 2200원(-5.36%) 내린 3만885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4만원 선이 붕괴됐다. 카카오페이(-7.81%), 카카오게임즈(-5.38%), 카카오뱅크(-3.79%), SM C&C(-3.25%) 등 계열사 주가도 외국인과 기관 매물이 쏟아지며 급락했다.
이날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 내부망(카카오 아지트)에 “비상상황에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는 취지의 당부 글을 올렸다. 정 대표는 김 위원장과 함께 카카오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카카오는 주요 사업적 의사결정은 CA협의체에 보고하도록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던 내부 ‘쇄신 작업’ 등은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의 비핵심 계열사 정리, 인공지능(AI) 서비스 출시 같은 ‘핵심 미래 먹거리’ 투자 등의 결정도 줄줄이 미뤄질 전망이다. 인터넷은행법상 인터넷은행 대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그룹의 미래를 두고 ‘시계 제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창업자인 동시에 대주주인 김 위원장의 혐의가 법원에서 확정되고, 양벌규정으로 법인(카카오)까지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 가운데 10%만 남기고 나머지(17.16%)를 정리해야 하는 위기에 놓인다. 자본시장법상 법인의 대표자는 물론 종업원 등 임직원이 법을 위반하면 법인에게도 책임을 묻는 제도가 ‘양벌규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카카오가 10% 넘는 지분을 매각하면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 대주주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 총수에 ‘도주 우려’ 인정 이례적
한편 법원이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총수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증거 인멸은 이해가 가는데 도주 우려는 굉장히 의외의 사유”라고 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의 사유를 짧게 요약한 것 같다는 평가도 법조계에서 나왔다.
일각 “영장심사 앞 혐의 부인 악영향”
검찰은 “김 위원장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가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로 법원에 소명된 것 같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장대규) 수사팀 4명은 20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을 동원해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검찰은 하이브 공개매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해 2월 28일 전후의 업무 메신저·전화 통화·관계자 진술을 통해 시세조종이 의심되는 대화가 대거 오간 점을 들어 혐의를 소명했다.
그룹사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 22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입장을 발표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책임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임시 그룹회의를 통해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떠한 불법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