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방문조사를 놓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충돌이 23일 격화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날 “상황을 수습하겠다”며 대검찰청 감찰부에 진상 파악을 지시한데 이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나만 조사하라”며 대검에 수사팀 조사 거부 입장을 전달하면서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대검은 지난 20일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김건희 여사를 방문조사하면서 10시간 늦게 사후 보고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총장 지휘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총장은 김 여사 조사 직후인 지난 21일 밤까지만 해도 “국민께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자리에 미련도 없다”며 진지하게 사의 표명을 고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습이 먼저다” “야당 등 정쟁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대검 참모진 등의 설득과 만류로 사퇴 의사를 접었다고 한다. 이튿날인 22일 출근길에서 이 총장은 “헌법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하고 그것이 부족하다면 그때 거취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고 하면서 대검 감찰부에 김 여사 방문조사를 둘러싼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대검에선 “조사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확인될 경우 감찰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이같은 이 총장의 진상 파악 지시는 당일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명품백 의혹 수사팀의 반발에 직면했다. 수사팀 소속 김경목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38기)가 “사건을 열심히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감찰 대상으로 분류한 것에 화가 나고 회의감이 든다”며 사표를 던지면서다. 이튿날엔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대검에 “김 여사를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이후 이를 총장에게 사후보고한 모든 결정은 내가 내렸다. 진상조사나 감찰이 필요하다면 사건을 지휘하는 1·4차장과 형사1부장·반부패2부장, 그리고 수사팀을 제외하고 나 홀로 임하겠다”고 맞받았다.
이 지검장은 “김 여사에 대면 조사의 필요성, 신속성” 등을 이유로 대통령경호처의 서울 종로구 창성동 부속청사 방문조사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당사자다. 검찰총장이 ‘검찰청 소환 원칙’을 어긴 점을 공개 질책하고 방문조사 과정 진상 파악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정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김 여사 조사를 둘러싼 대검과 하급 검찰청인 중앙지검 사이의 쟁점은 총장 지휘권 위배 등 크게 3가지다.
반면에 서울중앙지검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도이치모터스 사건 지휘권을 배제한 이래 총장에게 이 사건 지휘권이 복원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도이치 사건 조사 이후 사후 보고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중앙지검은 김 여사 조사 자체를 성사시키기 위해 차선책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수사팀은 한 달 전쯤 이 총장에게 “명품백 사건은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조항이 없고, 직무관련성 있는 청탁인 점도 인정되지 않아 소환이 어려워 서면조사를 하겠다”고 보고했으나 이 총장이 “소환조사를 하라”고 거부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경호처 부속청사가 보안 시설이라 휴대전화를 반입할 수 없어 통화가 늦어졌다”고 했지만 총장 보고보다 경호처의 보안을 우선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중앙지검장은 지난 22일 총장 대면보고에서 보고가 늦어진 경위를 설명하며 이 총장에게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