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괜찮은데요?" 탄성 터졌다…중국車의 '영국 침공' [주말車담]

입력
수정2024.07.13. 오전 10:04
기사원문
윤성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영국 웨스트서식에서 지난 11일 열린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의 중앙 조형물 모습. MG의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조형물로 MG의 최신 차와 과거 차가 매달려 있다. 이를 디자인한 제리 유다(Gerry Judah)는 MG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윤성민 기자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영국 웨스트서식스 치체스터에서 열린 영국 최대 자동차 축제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가장 분빈 곳은 BMW, 포르쉐 같은 유럽의 전통적 강호 기업 전시 부스였다. 로터스, 맥라렌, 재규어 등 영국 자동차 브랜드 부스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유명 브랜드 못지 않게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중국차 브랜드 BYD였다.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BYD 부스를 찾은 한 중년 영국 남성은 실(Seal) 모델을 보고 말했다. 그는 운전석에도 타보고, 트렁크도 열어보며 자동차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BYD 관계자에겐 충전 방식과 주행 거리 등을 자세히 물어봤다. 그는 이미 테슬라 전기차를 갖고 있다면서, 전기차에 관심이 많아 추가로 구입하거나 차량을 바꾸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쪽 구석에선 BYD가 유로2024 대회 스폰서라는 점을 내세우며 축구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아이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굿우드 페스티벌 내 BYD 전시 부스. 유로2024 스폰서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축구 체험 공간을 만들어놨다. 윤성민 기자.
BYD 부스 바로 옆에선 BYD의 럭셔리 브랜드 ‘양왕’이 전시를 하고 있었다. 양왕의 전기 하이퍼카 U9는 특히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여느 내연기관 하이퍼카처럼 날렵한 디자인과 걸윙도어를 채택한 이 자동차를 배경으로 영국 관람객들은 사진을 찍었다. 특히 U9는 유압장치, 댐핑 등을 이용해 차체를 띄우는 기능이 있는데, 양왕이 이 기능을 이용해 마치 차량이 춤추는 것처럼 움직이는 연출을 했을 때 관객의 탄성이 터졌다. 이 차량은 굿우드 페스티벌 ‘힐클라임’ 트랙을 달리며 주행 실력도 선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전 차 브랜드로 유명한 ‘홍치’ 전시 부스도 근처에 있었다.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으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일부 영국인들은 홍치의 중국적인 디자인에 관심을 보였다.

굿우드 페스티벌에 전시된 BYD의 럭셔리 브랜드 양왕의 전기 하이퍼카 U9 모델을 관람객이 자세히 보고 있다. U9의 최대 주행거리는 중국 시험 기준 450km며, 0-100km/h(제로백)엔 2.36초가 걸린다. 최고 속도는 시속 309.19km다.윤성민 기자
굿우드 페스티벌은 유럽 차 브랜드 중심의 축제다. 유럽 외 국가 중엔 한국이 제네시스를, 일본이 혼다를 전시했다. 미국도 하이퍼카 기업 징거(CZINGER)처럼 차량을 소수로 생산하는 기업을 제외하면 대중적인 브랜드 중에는 포드밖에 없었다. 그런데 중국은 BYD, 양왕, 홍치를 비롯해 체리 자동차의 대중 브랜드 오모다와 고급 브랜드 재쿠 등이 부스를 열었다.

뜯어보면 중국 차는 더 많았다. 이번 페스티벌 주요 행사 중 하나는 MG 출범 100주년 기념이었다. MG를 상징하는 조형물도 페스티벌 부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세웠다. MG는 영국 대표 자동차 기업이었다. 과거형이다. 2005년 MG는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에 인수됐다. 현지에서 만난 영국인도 MG를 영국 차로 알고 있었지만, 이젠 사실상 중국 차다. 지난해 영국에서 두번째로 많이 팔린 전기차는 MG의 MG4였다. 세 번째로 많이 팔리는 전기차 폴스타2 역시 중국에서 생산된다.

굿우드 페스티벌에 전시된 BYD의 전기차 플랫폼 '이-플랫폼 3.0'. 윤성민 기자
중국, 영국 자동차 시장에 공 들이는 이유는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확인 된 것은 중국 차의 영국 시장 침투 노력이었다. 아직 영국에서 중국 차가 대중적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영국자동차공업협회 통계를 보면, 올 초부터 현재까지 영국에서 팔린 중국 차 중엔 BYD가 가장 많이 팔렸는데 2904대밖에 안 된다. 기아가 6만366대 팔았으니, 작은 수치다. 주목할 점은 상승률이다. BYD는 지난해 같은 기간엔 99대밖에 안 팔렸다. 아직은 소량이지만 전기차 중심으로 BYD의 영국내 수요가 커지면서 올해는 전년대비 30배 가까운 판매 대수를 기록한 셈이다. 이런 상승세 속에서 중국 차 브랜드들이 영국 공략을 위해 굿우드 페스티벌에 공을 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의 영향도 배경에 있다. 유럽연합(EU)는 지난달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예비 결론을 바탕으로 기존 관세 10%에 더해 17.4%∼38.1%포인트의 잠정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 전기차의 EU 수출이 42% 줄어들 것이라는 독일·오스트리아 연구기관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왔다. 반면 유럽에서 자동차 시장 규모 2위인 영국은 EU를 탈퇴해 추가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굿우드 페스티벌에 전시된 홍치의 EH-S9 모델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EH-S9는 전기차로 럭셔리 SUV를 표방한다. 윤성민 기자
아직 영국 노동당 정부는 중국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영국 내에선 환경을 위해 전기차 전환이 시급한데, 저렴한 중국산이 전기차 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전하기도 했다. 중국 자동차 기업 입장에서는 유럽에서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에 영국만한 곳이 없는 셈이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