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살인사건 용의자 몰렸던 故윤동일씨, 33년 만에 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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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후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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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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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이춘재(휴대전화 속 사진) 연합뉴스
이춘재가 범인인 화성 연쇄살인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렸다가 다른 성범죄 피의자로 지목돼 옥살이한 고(故) 윤동일씨에 대해 법원이 재심을 수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 차진석)는 지난 1일 윤씨의 친형 윤동기씨가 청구한 윤씨의 강제추행치상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윤씨가 1991년 1심 판결을 받은 지 33년 만이다.

윤씨는 19살이던 1991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9차 사건(1990년 11월 15일 발생)의 용의자로 몰렸다. 당시 피해자 교복에서 채취된 정액과 윤씨의 혈액 감정 결과가 불일치하는 것으로 나오면서 살인 혐의는 벗었다. 하지만 수사 기관은 비슷한 시기 발생한 다른 성범죄 사건(강제추행치상 혐의) 범인으로 윤씨를 기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윤씨는 그해 4월 23일 수원지법으로부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으나 모두 기각돼 1992년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윤씨는 이 사건으로 몇 달씩 옥살이를 했고,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된 뒤에도 경찰의 지속적인 미행과 감시를 당해왔다. 이후 암으로 투병하던 그는 1997년 사망했다.

윤씨의 가족들은 “당시 경찰과 검사가 불법 체포와 감금·고문 등 가혹 행위를 해 윤씨에게 허위자백을 강요했고, 관련 서류도 허위로 작성하는 등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수원지법은 “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포함한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당시 수사관들이 피고인을 불법으로 가둔 것으로 보이며, 경찰서 인근 여인숙 등으로 데리고 다니거나 잠을 재우지 않은 강압적 상태에서 조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수사관들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하며 허위로 진술서 내지 자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사관들의 범죄 행위는) 공소시효가 지나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만,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 등에 의해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음이 증명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재심 사유가 있다”고 재심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연쇄살인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윤씨 가족 측은 지난해 6월 재심 청구와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윤씨에 대한 위법한 수사를 한 경찰과 검사의 사용자인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윤씨 가족의 재심을 돕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는 “2022년 12월 발표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재심의 근거가 됐다”며 “위원회의 결정문에는 용의자로 지목돼 고문·허위자백 등 인권침해를 당한 20여명의 피해가 정리돼 있지만, 이들 중 국가를 상대로 피해보상 등 권리를 주장한 사람은 윤씨를 포함에 2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윤씨 이전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씨는 재심 재판을 거쳐 32년 만인 2020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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