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안 쓸 수 없다" 식당 서빙 일자리 꿰찬 '로봇 이모님' [차이나테크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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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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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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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식당에서 서비스 로봇이 손님들에게 음식을 서빙하고 있다. 중앙포토

“주문하신 음식이 나왔습니다-.”

9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중식당. ‘로봇 이모님’ 두 대가 주방과 테이블을 오가며 연신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식당 주인 A씨는 “예전엔 중국 교포 아주머니들을 서빙 직원으로 고용했는데, 직원 1명 최저임금(월 206만740원)이면 로봇 3대를 쓸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로봇을 들였다”라고 말했다.

최근 카페·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빙용 서비스 로봇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 5월까지 서빙용 로봇(HSK코드 842890) 수입 규모는 누적 4억1218만 달러(약 5724억원)에 달한다.

중국의 값싼 ‘로동력’(로봇 노동력)은 음식점뿐만 아니라 여느 가정집 거실, 물류 창고, 제조 공장 등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뛰어난 성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니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가정용 로봇의 대표주자는 로봇 청소기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에코백스·로보락 등이 대표적인 중국 로봇 청소기 업체들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합산 점유율은 95.05%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위세가 무섭다. 로보락은 지난해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 점유율 35.5%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15%다. 특히 로보락은 출고가 150만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 시장의 80.5%를 차지하며 로봇 가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CJ대한통운·쿠팡 등은 첨단 기술이 집약된 물류 센터 자동화 솔루션에 중국산 무인 운반 차량(AGV)을 적용했다. AGV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SW)는 국내에서 개발했지만, 하드웨어는 중국산이다. 물류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로봇 값은 국산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저렴해서 중국산을 안 쓸 수 없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물류 로봇 기업 ‘긱플러스’는 시장조사업체 인터랙트애널리시스를 인용해 “세계 자율이동로봇(AMR)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점유율 세부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긱플러스 측은 2~3위 업체보다 점유율이 2배 이상 높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서비스나 물류 외에도 산업 전반에서 로봇 도입 속도가 빠른 국가에 속한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로봇밀도는 1012대로 전 세계 1위다. 로봇밀도는 노동자 1만명당 설치된 로봇의 대수를 뜻하는데 세계 평균은 151대다. 한국은 노동자 대비 로봇 숫자가 싱가포르(730대), 독일(415대), 일본(397대), 중국(392대) 등 다른 제조업 국가들보다 월등히 많다.
김주원 기자
문제는 국내 산업용 로봇 대부분이 수입산이라는 것이다. 서비스 로봇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로봇은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의 생산·테스트 로봇이나 자동차·중공업 공장의 용접 로봇 등은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 산업현장의 수요에 비해 국산 로봇의 가격경쟁력이 없거나, 자체 생산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전략적으로 산업용 로봇 시장을 노렸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는 지난 4월 자국의 로봇 산업 경쟁력에 대해 “로봇 시장 중 가장 큰 산업용 로봇에서 중국 기업들이 일본·독일·미국 등의 경쟁 업체와 격차를 줄이며 입지를 굳히는 데 주력했다”라고 분석했다. 이대로 가면 중국산 산업용 로봇들이 국내 제조업 자동화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IFR은 산업용 로봇 시장이 2022년 55만3000대 수준에서 2026년 71만8000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경쟁국은 전문영역을 특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로봇 생태계조차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부품 조달에선 일본 의존도가 높고, 관련 인재 양성도 미국·일본·중국 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로봇 생태계를 더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정부의 기획하에 산·학·연이 한몸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이 돈·인력·물량 승부로는 이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모두 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한국이 잘하는 콘텐트 산업 창의성을 로봇과 결합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장영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과 교수는 “한국 로봇 기업들이 중국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로봇 제조의 표준화가 시급하다”라며 “로봇 제조부터 SW·자동화 등 세부 분야별 기술 표준을 마련하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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