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들 데려온 할머니가 웃었다…세계 최대 발달장애 축제 만든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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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후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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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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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오른쪽)와 조아라 함께웃는재단 사무총장이 경기도 용인에 있는 서플러스글로벌 사옥 내 '톡톡이네' 장애인사업장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이달 12~1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오티즘(Autism·자폐성 장애)엑스포’가 열린다. 2019년, 2022년에 이어 이번이 3회째로 자폐와 발달 지연을 겪고 있는 장애인과 그 가족, 종사자, 관련 단체·기관이 참여해 치료법과 교육, 양육 및 연구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김정웅(58) 서플러스글로벌 대표와 조아라(54) 함께웃는재단 사무총장은 부부 사이다. 두 사람은 올해 27세인 자폐 장남을 둔 인연으로 사회복지법인 함께웃는재단을 설립했고, 엑스포를 기획·지원하고 있다. 조 사무총장은 “미국 대사관에서 일하던 중 초등학교이던 아들이 자폐 진단을 받았다”며 “곧바로 사표를 내고 아이 돌보는데 올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해외에선 자폐성 장애 교육·치료를 지원하는 박람회가 정기적으로 열린다는 걸 접하고, 아시아에 처음 들여왔다. 그는 “영국은 주요 도시별로 행사를 하는데 1만 명쯤 다녀간다. 한국은 전국 유일한 오티즘엑스포라 참가 단체가 100여 곳, 관람객은 2만 명 이상”이라며 “규모로는 세계 최대”라고 말했다.

국내에 등록된 발달 장애인은 25만 명쯤 된다. 대부분 지적 장애인이며,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이는 3만여 명이다. 보호자와 가족을 포함하면 70만~80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우울증을 겪을 만큼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티즘엑스포는 이들이 정보와 위안을 얻고,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끄는 행사다.

이번엔 맞춤형 교육 솔루션 소개와 관계자 간 네트워킹 확대, 작품 전시와 공연 등 함께 즐기는 축제에 초점을 뒀다. “지난 엑스포 때 머리카락 희끗희끗한 중년의 자폐 아들을 데려온 할머니께서 ‘처음으로 주변 눈치 안 보고 편안한 자리를 가졌다’며 눈시울을 붉히시더군요. 이런 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보호자 발언대’ 자리도 마련할 겁니다.”(조 사무총장)

지난 2022년 7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제2회 오티즘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함께웃는재단

김 대표는 세계 최대의 중고 반도체 장비 거래업체인 서플러스글로벌을 경영하고 있다. 김 대표와 서플러스글로벌은 2012년 재단 설립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00억원을 기부했다. 이번 행사 경비도 대부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서플러스글로벌은 2021년 자회사로 ‘톡톡이네’라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설립, 운영 중이다. “최고의 장애인 복지가 취업”이라는 소신에서다. 현재 경기도 용인 사옥에서 시설 관리와 카페·편의점 운영 등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3년 새 채용 인원을 10명으로 20명으로 늘렸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꾸준하게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긴 안목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다음 목표는 ‘자폐체험버스’를 만들어 전국을 투어하는 것이다. 가상현실(VR) 장비를 활용, 일반인이 자폐를 경험하게 해 편견을 바꿔보자는 뜻에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발언이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 기여합니다. 자폐가 결여나 부족함이 아니라 뇌 신경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름’일 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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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산업2팀장입니다. 전자와 통신, 테크, 과학, 바이오, 제약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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