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에만 로보택시 500대…한국 자율주행 경험, 중국 1%뿐 [차이나테크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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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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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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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기술을 두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중국의 완성차 기업과 테크 기업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사진 중앙포토.
미국 100, 중국 86.3, 일본 85.8, 한국 84.2.

올해 초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가 보고한 ‘첨단 모빌리티 기술 수준 평가 결과’다. 미국의 기술력을 100으로 봤을 때, 그 뒤를 쫓는 국가들의 기술력을 점수로 표기한 것이다. 중국은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첨단 모빌리티 기술에서 한국과 일본을 앞지른 상태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자율주행 시험장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비야디(BYD)ㆍ니오(Nio) 등 9개의 차량업체에 레벨 3·4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승인했다. 레벨3은 차량이 운전자 개입을 요청하는 경우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수준이다. 레벨4는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수준으로 완전 자율주행 전 단계다. 허용 도시는 우한(武漢)을 포함해 베이징ㆍ상하이 등 7곳이다.
자율주행 기술 단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
바이두는 3년 전 베이징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로보택시들이 잇따른 인명 사고로 주춤한 상태지만 중국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지난 4월 출시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첸쿤ADS 3.0’은 지금도 매일 1000만㎞ 이상 가상 주행을 하며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 중국은 해외 기업에도 시험장을 내주고 있다. 지난달 테슬라에 ‘완전 자율주행(FSDㆍFull Self-Driving)’ 시범 운행을 승인하며 시장에 ‘테슬라 메기’를 풀었다. 자국 내 자율주행 기술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미국 기업을 끌어들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4월 28일 리창(오른쪽) 중국 총리가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회견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기술 가속도는 정부의 지원 아래 자유롭게 실험하고 제한없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환경에서 비롯된다. 현재 중국 내 자율주행 시험이 가장 활발한 우한에서만 500대(업계 추산)의 로보택시가 손님을 맞고 있다. 인구 2만2000명당 한 대 꼴이다. 인간의 안전 보조운전 없는 수준의 자율주행 택시다. 이를 운영하는 데이터 기업 ‘바이두’는 이 같은 로보택시를 우한에만 앞으로 1000대 더 배치할 예정이다.

게다가 중국은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서 제약이 거의 없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에선 보행자의 안면을 분석해 보행자가 자동차를 인지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중국 정부는 기업이 얼굴 인식 정보와 같은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눈감아주며 기업을 밀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 안전성과 관련한 온라인 토론을 제한하며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부정 여론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기업 바이두가 개발한 6세대 로보택시 RT의 내부 모습. 자율주행용으로 개발돼 별도의 운전석과 운전대가 없다. 이도성 특파원.
중국 기술 기업들은 정부의 보호막 아래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BYD 왕촨푸 회장은 지난 1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1000억 위안(약 18조986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리자동차는 지난 2월 자율주행차 내비게이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11개의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렸다. 게다가 각 지방 정부들도 경쟁적으로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지난 5월 31일 베이징시는 ‘자동차ㆍ도로ㆍ클라우드 통합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의 입찰을 공고했다. 베이징시의 투자 금액은 99억3900만 위안(약 1조 8855억원)에 달한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강력한 지원하에 전기차·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했던 방식을 자율주행에서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전기차처럼…中 속도전에 밀리는 韓
이런 중국의 자율주행 속도전에 한국은 다시 밀리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운행을 통해 데이터를 쌓기부터 어렵다. 자율주행 시험 운행 중 보행자의 데이터를 어떻게 익명 처리할지에 대한 규정도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전국 17개 시도 34곳이 자율주행 실증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이같은 기본적인 규제가 정리돼 있지 않다 보니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제한적이다. 주행 데이터 규모도 아직 턱없이 작다. 국내 자율주행 누적 운행 거리 1위 기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운행 데이터는 약 40만㎞. 중국은 이미 지난해 9월 7000만㎞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쌓으며 미국과 동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신재민 기자

이런 와중에 중국에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이 슬금슬금 유출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 대법원은 자율주행 연구 자료를 중국에 유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소속 이모 교수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자율차의 눈’이라고 불리는 라이다(LiDAR) 연구 자료를 중국 충칭이공대 교수 등과 공유한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은 이 씨가 2017년 5월 중국 정부의 인재 유치계획인 ‘천인(千人) 계획’에 선정돼 연구지원금 27억2000만원 등 총 33억원을 받기로 한 것을 사실이라 판단했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지원 법규부터 마련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규정된 안전 조치를 다 갖췄다면 면책 받을 수 있는 규정 등 신기술 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면중 서울시립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실험실 주행 데이터가 아니라 공공도로에서의 주행 데이터”라며 “제도와 투자 이전에 ‘자율주행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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