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전기차 생태계' 만든 중국…한국 자율주행 넘본다 [차이나테크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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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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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말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관림객들이 JAC 모터스의 콘셉트카를 보고 있다. BYD 등 중국 전기차 기업은 베이징 모터쇼에서 새로운 전기차를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베이징 모터쇼에 1000여명의 임직원을 파견했다. AFP=연합뉴스
“내장 마감이나 소프트웨어를 포함해서 중국 자동차 만듦새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올 4월 열린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 다녀온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 직군뿐 아니라 마케팅·구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00명이 넘는 임직원을 베이징 모터쇼에 보냈다. 이례적인 수준의 대규모 파견은 무섭게 성장한 중국 전기차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중국은 이제 변수 아닌 상수다. 변방 취급을 받던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전기차 변곡점 이후, 무시할 수 없는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라 테슬라와 토요타 등 내로라하는 자동차 기업이 중국 전기차의 성장세를 주시하는 이유다.
지난 4월 열린 베이징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샤오미 전기차 등을 보고 있다. 샤오미는 전기차 개발 3년 만에 양산형 전기차를 선보였다. AP=연합뉴스
전기차 생태계를 바닥에 깐 중국은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기술 개발에서 속도를 내는 중이다. 속도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중국 정부가 자율주행을 미래 먹거리로 규정하고 공격적으로 키운 건 2015년 무렵이다. 그해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 2025’ 전략 차원의 육성 산업 목록에 자율주행을 올렸다. 이후 베이징과 상하이·우한 등 주요 도시에 자율주행 테스트 베드가 마련됐다. 우한은 2019년 자율주행 시범단지로 지정된 지 5년 만에 세계 최대 자율주행 도시란 타이틀을 얻었다. 우한시 자율주행 차량 번호판은 2000개에 육박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9년 만에 한국·일본·유럽연합(EU)에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며 “중국 정부의 지원과 자율주행 기업 간 무한경쟁이 기술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고 봤다.
차준홍 기자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생태계는 자율주행 기술 경쟁의 기반이다. 비야디(BYD)는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순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상용차 포함) 시장에서 288만3000대를 판매해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점유율도 20.5%를 기록해 최초로 20%대를 넘어섰다. 전기차 세계 2위 테슬라(180만9500대·12.9%)와는 100만대 이상으로 격차를 벌렸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이뤄낸 성과다. 자동차 업계는 중국 정부가 전기차 업계에 쏟아부은 보조금만 3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교외의 이좡 경제개발구에서 운행 중인 바이두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돌발 상황을 대비한 안전요원이 탑승한 차량과, 완전 무인차량 두 종류를 운행하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 →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 → 소프트웨어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보했다. 테슬라가 중국 내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에 적극적인 것도 비슷한 이유다. 중국 자율주행 기업은 올해 연말까지 관련 기술을 주요 도시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그래픽 참조〉 자율주행 상용화에 성공하면 중국은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국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기업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기술 수준은 테슬라보다 2~3년 뒤처져 있다고 본다”며 “자율주행 기술이 중국 자동차 제조사의 기술 경쟁 핵심축으로 부상하면서 이용자와 데이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은 EU와 동남아·일본에 이어 한국 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다. BYD는 올해 하반기 국내 시장에 승용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고 지리자동차는 2026년 국내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동시에 중국산 하드웨어(전기차)에 실린 소프트웨어(자율주행·SDV)도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다. 이항구 원장은 “중국은 자율주행과 SDV 기술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지켜가기 위한 핵심 인력 확충 방안 등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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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과 기업 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진실과 재미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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