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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기아가 만들던 리오·포르테·로체·오피러스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려웠다. 중국 공장에선 나온 지 10년 넘은 프라이드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성능·디자인·이미지 모두 바꿔야 했다. 하지만 기아의 이미지를 바꾸는 과정에서 ‘어떻게’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고전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은 과학과 데이터였다.
정 회장은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에게 전화했다. 정 교수가 하고 있던 ‘뉴로 마케팅’을 신차 작명에 적용하겠다고 제안했다. 사람이 의사결정 할 때 일어나는 뇌신경과학적 변화를 활용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조건은 없었다. 정 회장은 “소비자가 가장 사고 싶어 할 만한 차 이름을 뇌 과학의 힘으로 찾아달라”면서 “원하는 방향이나 선입견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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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무팀 의견서가 제동을 걸었다. “중국 사업자가 차량 관련 상표권 등록을 해놓은 게 있어서 신차에 T를 쓰면 분쟁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차선책은 ‘알파벳 K’였다. 한국차(Korea)·기아(KIA)·K 시리즈, K가 세 번 반복돼 백인 우월주의 집단 ‘KKK’를 연상시키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왔다. 기아 영문명(KIA)이 미국에선 전사(Killed in Action)의 뜻도 있는데, K가 한 번 더 추가되면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심 끝에 정 회장이 내린 결론은 “그래도 K”였다. 과학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바꿔 보자고 한 첫 결정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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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름만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은 건 아니다. 2006년 폭스바겐 출신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디자인총괄(CDO)을 맡겨 기아의 정체성이 담긴 디자인을 찾아냈다. 디자이너에 대한 평판이 차량 디자인 자체에 대한 인식을 좋게 바꿀 수도 있다.
정 회장은 이 점도 활용했다. 호랑이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차량 앞면 ‘타이거 노즈 그릴’ 패밀리룩을 소개하며 철저히 슈라이어를 내세웠다. 타이거 노즈 그릴은 현재 기아 디자인의 트레이드 마크로 평가받는다. 새로운 차량 모델마다 디자인 특색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던 과거의 기아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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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는 이형근 전 부회장이 멨다. “카니발·스포티지는 지금도 잘 팔리고 있습니다. 실적이 좋은데 괜히 이름을 바꾸면 오히려 쌓아둔 인지도가 다 날아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 회장의 답은 간단했다. “그렇겠네요. 알겠습니다.” 참모들의 반대를 반기로 취급하지 않았다. K 시리즈 작명 때처럼 데이터를 판단 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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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이제 현대차그룹 내에서 ‘형님’ 현대차를 긴장시키는 존재다. 전기차가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조직이 빠르고 유연한 기아를 통해 전동화 시대를 대비했다. 기아는 2011년 첫 전기차 레이EV 이후 쏘울EV(2013년)·니로EV(2018년) 등을 빠르게 내놨다. 현대차가 첫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시장에 내놓은 건 한참 뒤인 2016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