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남 함평경찰서 등에 따르면 “함평군의 논 잡초 제거용 왕우렁이 지원 사업 관계자들을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고발장에는 함평군 나산면 한 마을에 농민들이 신청한 적이 없는 왕우렁이가 수년째 배달돼 보조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함평군 왕우렁이 사업에 대한 세금 낭비 논란은 지난달 말 불거졌다. “나산면 한 마을의 21개 농가 중 19개에 농민들이 신청한 적이 없는 왕우렁이가 배달됐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다. 이후 함평군은 함평군 내 전 농가를 대상으로 왕우렁이 신청·공급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함평군의 왕우렁이 공급사업은 논 잡초 제거를 위해 2019년 도입됐다. 함평군은 전남도비와 군비를 합쳐 매년 4억~7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사업비는 보조금 90%와 농가 부담 10%로 운영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등 여파로 생태 양상이 바뀌면서 지역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다. 논에서 겨울을 나며 40㎜ 이상까지 성장한 왕우렁이가 식욕이 왕성해져 봄철 어린모까지 갉아먹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함평군을 비롯한 농가 곳곳에서는 배달된 왕우렁이를 숲이나 수로에 방치하고 있다. “생태교란종인 왕우렁이가 논에서 관리되지 않은 채 버려지고 있다”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농민 정모(72·함평군)씨는 “지난 겨울 포근한 날씨 탓에 월동에 대거 성공한 왕우렁이가 어린모를 갉아먹어 모를 다시 심었다”며 “신청도 안 했는데 벼농사에 피해만 주고 있으니 세금만 먹는 애물단지 아니냐”라고 말했다.
지원 대상은 올해 왕우렁이 피해가 발생한 친환경논과 일반논 1864㏊ 규모다. 총사업비는 4억6600만원 규모로 도비 30%, 시·군비 70%가 투입된다.
전남도는 또 7월 한 달간을 ‘왕우렁이 일제 수거기간’으로 정해 하천 등지로의 확산 방지에 나선다. 수거 대상은 농경지와 용·배수로 주변에 있는 우렁이 알과 올해 벼 생육초기에 논 잡초 제거에 사용된 왕우렁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