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올 때마다 일손 놓고 의전 준비”…참사현장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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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27. 오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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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경기도 화성시청 외벽에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23명이 숨진 경기도 화성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과 추모분향소에 정치인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고 사고 수습 등을 독려하기 위해서라지만 각종 의전 절차 때문에 오히려 현장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4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연이어 현장을 찾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오후 10시40분쯤 도착해 약 30분 동안 현장을 둘러보고 떠났다.

현장에선 “정치인의 방문이 우선 처리해야 하는 업무에 방해가 된다”는 고충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 소방 관계자는 “화재 진압이 다 끝난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는데 깨끗한 옷 입고 와서 의전 받는 걸 보면 허탈하다”며 “현장에선 행정요원도 많이 필요한데 일부 인력이 의전·브리핑 준비로 빠져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화재 현장에서 만난 한 경찰 관계자도 “정치인의 보여주기식 행보보다 현장 정리가 우선돼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를 계기로 광주첨단과학산업 단지의 한 배터리 생산업체에서 안전점검을 하고 있는 광주시 관계자들. [연합뉴스]
26일 오후엔 화성시 추모분향소를 찾았던 우원식 국회의장이 아리셀 건물을 방문했다. 분향 뒤 유족 면담 과정에서 최초로 신원이 확인된 김모(51)씨 유족 측 지인인 충북인뉴스 김태윤 대표가 “정작 사업주는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있으니 책임을 다하게끔 의장님이 좀 나서 달라”고 부탁하면서다. 이에 우 의장은 오후 6시쯤 정명근 화성시장과 함께 화성 아리셀 공장을 방문해 인사팀 직원 등 사무실이 있는 1동 건물에 10여 분간 머물렀다. 방문 당시 1동에선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었다.

우 의장은 건물에서 나와 “압수수색 현장이 아니라 사고 현장을 찾은 것”이라며 “앞서 유가족을 만났는데 굉장히 분노하고 절규하고 있어 (아리셀 측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과라고 전하러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절차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 곳에서 회사 간부를 만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딸을 잃은 채모씨는 통화에서 “유족들이 신원 확인을 위해 들여보내 달라, 안 되면 유품 사진이라도 보여달라고 해도 계속 안 된다는 답변뿐인데 정치인은 압수수색 중에도 들여보내 주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지난 25일 한 직장인 커뮤니티엔 자신을 경찰기동대 소속 경찰관이라고 밝힌 A씨가 올린 게시글이 논란이 됐다. A씨는 “경찰기동대 직원들을 화재 연기, 유해 물질로 오염된 현장에 효과도 없는 KF94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라며 사지로 내몰고,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료받아 보라는 무책임한 지휘부는 그저 고위직이 현장 방문하는 것에 대응하는 데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A씨는 “밥 먹는 시간을 빼곤 근무를 세우더니 고위직 인사들이 방문할 땐 그마저도 전부 나와서 의미 없이 길거리에 세웠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동대에 방독면 지참 지시를 했다”며 “기동대 근무 구역은 방독면이 필요 없다는 환경조사 결과가 나와 방독면을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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