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전시에 ‘생명’을 주려면 손이 많이 간다. 전시를 위해 고용된 아르바이트생 A씨 일도 그렇다. 그는 지난 2월 말 전시 개막 때부터 넉 달째 매일 아침 미술관에 출근해 빙수 기계로 얼음을 갈아 6개의 눈사람(‘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을 만든다. 파레노 스튜디오에서 제작해 온 눈사람 틀에 흙도 넣고 갈아낸 얼음도 넣어 흙 묻는 눈사람을 찍어낸다. 전시장을 떠다니는 물고기 모양 풍선(‘내 방은 또 다른 어항’)에 헬륨 가스를 넣고, 지하 전시장 천장에 붙다시피 한 투명 말풍선들도 쭈그러들 조짐이 보이면 헬륨을 넣는다.
아르바이트생만이 아니다. 전시 제목처럼 여럿의 목소리를 한 공간에 집결시키며 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만든 이 전시에는 그래픽 디자이너·사진가·음악가 외에도 인공어를 만든 언어학자, 목소리를 제공한 배우 배두나 등이 협업했다.
오늘날 미술 전시를 유지하는 데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 설치와 퍼포먼스로 작가의 개념을 시각화하는 현대 미술은 전시 개막과 동시에 새로 시작이다. 소장가들에게서 그림을 구해다 걸거나 조각을 골라 놓는 준비가 대부분인 근대 미술과 다른 점이다.
리움미술관 최대 규모이자 최대 예산이 투입된 파레노의 중간 회고전에는 12만 가까운 관객이 다녀갔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7번 초대되며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미술 작가로 꼽히는 그의 작품은 퐁피두센터, 구겐하임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이 소장하고 있다. 리움미술관 김성원 부관장은 “한 편의 공연과도 같은 그의 전시는 살아 움직이듯 할 뿐 아니라 전시 기간 내내 진화한다. 태어나 자라고 소멸로 향하는 우리 삶처럼”이라고 말했다. 7월 7일까지. 성인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