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무의미한 도전이라고 결론 내렸다”며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절박함이 시작될 때 저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전날까지 주변에 출마 의향을 밝히지 않아 정치권에선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됐다.
그간 출마 의사를 분명하게 나타내지 않았던 나경원 의원은 이날 “23일 오후 1시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선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1시간가량 만찬을 한 뒤 “홍 시장이 ‘충분한 역량이 된 제가 당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날 출마의향을 밝힌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범(汎)친윤계 김기현 전 대표와 혁신위원장을 지낸 인요한(비례) 의원, 총선백서특위 위원장 조정훈 의원 등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각각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돕고 당의 혁신을 위해 모두 쏟아붓겠다”며 공식 출마선언을 가졌다.
견제 움직임은 출마 기자회견 시점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한 전 위원장 측은 전날 “23일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선언을 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러자 나 의원과 원 전 장관도 23일 오후 1시(나경원)와 3시(원희룡)에 국회에서 출마선언을 하겠다고 이날 알렸다. 시간만 다를 뿐 날짜도, 장소도 같았다.
여권 관계자는 “특정인 출마 기자회견 1시간 앞뒤로 다른 경쟁자들이 같은 장소에서 또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건 처음 본다. 그만큼 대립구도를 만들려는 의도 아니겠냐”며 “나 의원은 보수혁신을, 원 전 장관은 안정적 당·정관계를 비교 우위로 내세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상현 의원은 21일 CBS라디오에서 “대통령과 의례적인 덕담 차원의 말을 했다고 들었다”며 “당연히 거쳐야 하는 의례적인 전화이자 최소한의 면피”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들은 바로는 한 전 위원장은 (다른 이들과의) 사석에서 윤 대통령을 ‘그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신뢰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겠느냐”는 말도 했다. 친윤계 인사도 “두 사람 통화가 불과 10초가량인데 어떻게 갈등이 해소되겠느냐”라고 했다.
이에 친한계 인사는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깊다. 더 적극적으로 다가설 것”이라며 “한 전 위원장에게 ‘반윤’ 프레임을 씌우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당원에게 설득력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원 전 장관을 따로 만난 점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원 전 장관이 대통령 특사로 엘살바도르에 다녀온 것을 보고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여권에선 “원 전 장관 출마에 영향을 주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과의 만남 전후로 친윤계가 나서 원 전 장관의 출마를 독려했다는 얘기가 적잖다”며 “결국은 ‘친윤은 원희룡을 민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원 전 장관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는 전화로 구두보고한 게 사실이고 다른 주자에게 한 말과 똑같은 수준의 의례적 덕담만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을 팔거나, 제2연판장 같은 사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줄 세우고, 줄 서는 정치를 정말 타파하고 싶다”고 했다. 전대 구도가 ‘친한 대 친윤’ 구도로 흘러가지 않게끔 탈계파 메시지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