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강두례)는 13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의료법 위반, 준강간, 준유사강간, 준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지난 1월 24일) 된 의사 염모씨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792만원의 추징과 5년간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마약류 남용을 예방하고 중독자에 대한 치료 보호와 사회 복지에 앞장서야 할 의사가 프로포폴 처방을 통한 돈벌이에만 급급했다”며 “의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염씨를) 믿고 수면 마취를 받은 피해자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준강간 등을 했고 촬영까지 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염씨가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인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가하면 안 된다’는 점을 정면으로 어겼다”며 “고도의 도덕성을 요하는 의료인으로서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국민의 의료에 대한 신뢰가 실추됐고, 환자는 수술대에서 의사가 피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불신을 갖게 됐다”며 “범행이 불량하고 죄책 또한 무겁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보호관찰 명령과 달리 전자장치 부착은 피고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스스로 수사기관에 발각되기 전에 범행을 멈춘 점을 보면 교화가 아주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라고 보이고, 동종 전력이 없는 사정을 보고 전자장치부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염씨는 지난해 10월 초 의사 면허가 정지된 상태로 환자에게 프로포폴 등을 투여한 혐의와 수면 마취 상태인 여성 10여명을 불법적으로 촬영하고 일부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염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피해자 6명을 대리한 김은정 변호사(해바라기 법률사무소)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고 전에 이렇게 형량이 높게 나올 것이란 예상을 안 했는데 뜻밖에 17년이 나왔다”며 “한 마디 사과나 피해 보상받지 못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유튜브 방송을 통해 피해 여성 중 한 명이 최근 사망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