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상봉은 국내 서양화가 1세대다. 해방 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를 창설해 이끌어 나가며 새로운 나라의 미학 기준을 세우고자 했다. “내가 평생 추구해 온 미술의 세계란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 서양화의 정통을 세우려는 것, 한국 서양화의 아카데미즘을 정립해 보려던 것”이라고 돌아봤다.
“나도 야수파처럼 아니면 표현파처럼 멋들어지게 쓱싹쓱싹 휘갈겨 그리고 싶기는 하지만, 역시 그림이라는 건 반듯해야 하고 질서가 있고 너무 지나치게 원색으로 과열되지 않는 색 면을 지닌 화풍이 내 분수에도 맞고 우리 한국 미술의 장래를 위해서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더군.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이러한 화풍을 아카데미즘이라고 한다는 거야.”
방탄소년단(BTS) RM의 소장품으로도 잘 알려진 윤중식(1913~2012)의 그림도 여러 점 출품됐다. 평양 출신으로 도쿄 제국미술학교(현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마티스의 제자였던 나카가와 기겐에게 배운 그는 아내와 큰딸은 고향에 둔 채 막내 여동생과 아들만 데리고 월남했다. 여동생은 굶주려 사망하고, 아들과 단둘이 살았다. 노을 지는 전원 풍경을 즐겨 그려 ‘석양의 화가’라 불렸다.
오지호·김인승·박수근·장욱진·전혁림 등 33명의 15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에 이건희 컬렉션은 104점이다. 전시는 최근 5년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이 토대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만 1560점 중 기증품은 55.6%로 절반이 넘는다. 2018~2020년에는 연간 기증작이 두 자릿수였는데, 2021년 이건희 컬렉션 1488점 외에도 개인소장가(동산방 박주환 전 대표)와 작가·유족 등으로부터 536점이 들어왔다. 이후 2022년 117점, 2023년 297점 등 증가세다.
윤중식의 그림 20점을 기증한 아들 대경씨는 “이건희 컬렉션이 전국을 순회하는 걸 보고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태의 작품 38점을 기증한 아들 수정씨도 “예술 작품의 존재 이유는 많은 사람이 감상할 때 발생한다”며 “미술관에서 전시될 때 아버지의 컬렉션이 한 세트가 되어 보기 좋은 모습이 되도록 (기증작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성인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