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선물 남아돌아 슬프다”…40억원 ‘어린이 선물왕’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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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5.15. 오전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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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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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광주총국장
“항상 부족했던 어린이날 선물이 이젠 남아돌까 봐 걱정입니다.”

지난 2일 안정남(79) 전북 정읍시 엘디마트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올해 어린이날이 다가올수록 괜한 걱정에 잠을 설쳤다”고 했다. 지난해 어린이날 선물꾸러미 2000여 개 중 1200여 개가 남은 기억이 떠올라서다. 그는 “돈을 주고 구매한 선물이 남을까 봐 걱정하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땡빚을 내도 좋으니 예전처럼 선물이 부족할 정도로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5일 오전 안정남 엘디마트 정읍점 대표가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 안정남 대표]
어린이날을 앞둔 안 대표의 걱정은 기우(杞憂)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5일 어린이날 2000명은 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1200명 정도만 선물을 받아갔다. 안 대표는 “남은 선물꾸러미 800여 개는 모두 자애원 등 복지시설에 기부했지만, 선물을 받아가는 아이들이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했다.

안 대표는 고향인 전남 장흥과 정읍에선 ‘어린이 선물왕’으로 통한다. 올해로 25년째 어린이날과 성탄절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1999년 장흥에 엘디마트를 개업한 후부터 매년 두 차례 선물 비용으로만 1억원 정도를 기부해왔다.

아이들 돕기로 시작된 안 대표의 선행은 노인과 장애인 등으로 확대됐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과일과 라면, 쌀 등을 전달하며 총 40억원을 기부했다. 지난해에는 장흥 지역 등의 경로당 67곳을 돌며 3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어렸을 때 너무도 가난해서 ‘커서 돈을 벌면 이웃을 도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어린이날에 선물이 많이 남아 올해는 더욱 정성껏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는 올해 마트를 찾는 아이들을 위해 문구 세트에 인형, 과일, 음료수, 과자 등 5종류로 선물꾸러미를 채웠다.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 50명에게는 추첨을 통해 1인당 2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10여 년 전만 해도 전남 강진이나 장흥 등에서까지 아이들이 찾아와 선물 4500개를 만들어도 바닥이 났다”며 “국민이 힘을 합쳐서 다시 아이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저출산 대책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에 저출생수석실 설치를 지시한 것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앞서 9일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출생률이 감소하는 추세에 최소한의 반전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새로 생길 저출생수석실이 안 대표가 선물을 사기 위해 이른바 ‘땡빚’을 내야할 정도로 출생률을 높일 반전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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