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남아돌아요"…40억 기부했던 '선물왕' 속 타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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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5.04. 오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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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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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남 엘디마트 정읍점 대표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주문한 선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안정남씨
지난 2일 오전 10시 전북 정읍시 상동 엘디마트. 마트 내 매장 곳곳에 장난감과 학용품·과일 등이 가득 쌓여 있었다. 안정남(79) 엘디마트 대표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주문한 선물이었다. 안 대표는 올해로 25년째 어린이날과 성탄절마다 어린이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 너무도 가난해서 ‘커서 돈을 벌면 이웃을 도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올해 어린이날을 맞아 선물 꾸러미 2000개를 준비했다고 한다. 장난감과 학용품·먹을거리 등을 저학년·고학년·남학생·여학생 등 4종류로 마련했다. 선물 외에도 추첨을 통해 학생들에게 상품권과 장학금을 주고, 선물 꾸러미를 만드는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했다. 그는 “20여 년 전 선물을 받아 간 아이들이 자식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25년째 어린이날·크리스마스 때 선물 증정
안정남 엘디마트 정읍점 대표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마련한 선물 증정행사에 어린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 안정남씨
전남 장흥 출신인 안 대표는 1972년 농기계 대리점을 연 후 이웃을 돕기 시작했다. 1999년 장흥에 엘디마트를 개업하면서는 유치원과 초등학생을 위해 1년에 두 차례씩 선물을 줬다.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만 졸업한 게 항상 한이 됐다”며 “주변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처음으로 기부한 것은 급식비 지원이었다. 10여년 간 장흥 지역 학교에서 2명씩 추천을 받아 식비를 내줬다. 이후 2001년부터는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때 어린이 3000~4000명에게 1억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나눠주고 있다.

어린이·노인 대상 기부금만 40억원
안정남 엘디마트 정읍점 대표가 불우이웃을 위해 과일 등을 기부하고 있다. 사진 안정남씨
아이 돕기로 시작된 안 대표 선행은 노인과 장애인 등으로 확대됐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과일과 라면·쌀 등을 전달하며 25년 이상 나눔을 실천해왔다. 그동안 기부한 돈만 40억원에 달하는 그는 대한민국 발전대상· 대한민국회의장상 등을 받기도 했다.

안 대표는 10년 전 정읍시로 이사를 한 후로도 고향인 장흥 경로당을 수시로 찾는다. 지난해에는 노인시설 67곳을 돌며 3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독거노인이나 어린이들이 지원금을 받고 흐뭇해할 때면 세상 고민이 없어진다”며 “비록 지금은 재산을 팔아가며 기부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나눔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선물 남을까 봐 걱정”
안정남 엘디마트 정읍점 대표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마련한 선물 증정행사에 어린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 안정남씨
그는 “항상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싶지만 매년 줄어드는 어린이를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10여년 전만해도 어린이날 선물 4500개를 준비하고도 부족했으나 최근엔 2000개도 남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그는 남는 선물을 자애원 어린이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한다.

안 대표는 “예전에는 전남 장흥과 강진 등에서까지 어린이가 몰려와 선물이 부족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선물이 남을까 봐 걱정”이라며 “한 명 한 명이 모두 귀한 보물인데 출생률이 갈수록 떨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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