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판은 또한 굿판이었다. 산 자코모는 과거 한센인들의 섬이었고, 나폴레옹의 군사 기지로도 활용됐다. 현대 무용가 안은미는 “이 사연 많은 땅의 역사를 되짚고, 현대 예술의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벌이는 ‘터 굿’”이라고 설명했다. 할머니·고교생·중년남성 등 모두를 춤판으로 끌어들인 ‘몸의 인류학자’ 안은미가 이번엔 베니스의 무인도에서 영매가 됐다.
이날 행사는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는 산드레토 레 레바우덴고 재단에서 주최했다. 현대 미술 컬렉터인 파트리치아 산드레토 레 레바우덴고가 1995년 설립한 예술재단이다. 기획은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 예술감독. 세계적 큐레이터인 그는 “안은미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꿈이 이뤄졌다. 그녀는 위대한 안무가로, 21세기의 피나 바우슈”라고 말했다. 이어 “재단 설립자인 파트리치아와 지난해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안은미의 ‘드래곤즈’를 본 뒤 섬에 초대해 이 프로젝트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드래곤즈’는 코로나 19가 한창일 때 아시아 5개국의 2000년생 용띠 무용수들과 화상 채팅으로 안무를 준비해 홀로그램으로 올린 무대다. 바비칸 센터의 첫 한국무용 공연이었다.
한국관은 ‘구정아-오도라마 시티’라는 제목으로 공간을 텅 비우고 향기를 전시하는 역발상을 꾀했다. ‘향기(Odor)’와 ‘드라마’를 조합한 제목이다. 한반도 남쪽이라는 지정학적 경계를 넘어 어디나 갈 수 있는 냄새가 미술의 소재가 됐다.
입양된 후 27년 만에 처음 내린 김포공항에서 풍기던 설렘과 상실의 냄새, 1930년대 북한 고향의 사과꽃 향기와 햇사과 향, 할머니 방 냄새, 공중목욕탕 냄새, 밥 짓는 냄새, 지하철의 금속향, 한강의 물비린내 등이 ‘한반도의 냄새 지도’가 됐다. 프랑스·한국·일본에서 온 16명의 조향사와 함께 17가지 향으로 만들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오는 11월 24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