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최대…ESS 옆에 선명한 ‘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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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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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 日 태양광 발전소 가보니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도심에서 차로 1시간을 달렸을까. 치토세의 조그만 시골길에 접어드니 커다란 철제문 입구에 ‘신치토세 카시와다이 태양광 발전소(shin chitose kashiwadai solar power station)’ 팻말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10만개가 훌쩍 넘는 태양광 모듈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발전소 중심부에는 태양광 모듈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사람 키보다 훨씬 큰 박스 모양의 10여개 ESS 옆, LS 로고가 달린 변압기와 배전반이 눈길을 끈다. 태양광 모듈로 생산한 전기를 현지 전력 업체인 홋카이도전력에 수시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태양광은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쭉날쭉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ESS 시스템이 필수다.

현장을 안내한 이영재 LS일렉트릭 일본법인 매니저는 “워낙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태양광 모듈 가대를 다른 지역보다 높게 설치했다. 설치 각도도 가파르게 해 눈, 비가 오면 잘 쓸려 갈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홋카이도 치토세에 들어선 ESS 연계 태양광 발전소 전경. (LS일렉트릭 제공)
LS일렉트릭이 설치한 일본 내 최초 계통용 ESS인 삿포로 시로이시구 ESS. (LS일렉트릭 제공)
LS일렉트릭, 일본 시장 공략

태양광 발전소에 ESS 사업까지 두각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LS일렉트릭이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ESS 산업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일본 시장을 공략하면서 업계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지난 7월 3일 오전 찾아간 일본 홋카이도 치토세 태양광 발전소는 LS일렉트릭의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이 발전소는 LS일렉트릭이 한국전력과 공동으로 2017년 6월 완공한 일본 홋카이도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소다. 한전이 자금 조달, 발주 등 프로젝트 전반을 주도하고, LS일렉트릭은 설계·조달·시공(EPC)과 함께 향후 20년간 운영, 유지(O&M·Operation & Maintenance)를 맡는 구조다.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신치토세 국제공항 인근 108만㎡ 부지에 13만여장의 태양광 모듈과 13.7㎿h급 ESS를 구축했다. 한전이 연간 약 1만여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28㎿의 전력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특히 일본 최초 ESS 연계 융복합 태양광 발전소로 눈길을 끈다. ESS 연계 융복합 태양광 발전소는 생산된 전기를 ESS에 저장했다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하는 설비다. 날씨에 따라 영향을 받는 일반 태양광 발전에 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일찌감치 일본 ESS 시장 성장세를 눈여겨본 LS일렉트릭은 이 발전소 사업 성공을 기반으로 일본 전역에 ESS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수년간 과감한 투자를 통해 ESS를 핵심 사업으로 육성해온 만큼 ESS 시장이 활성화된 일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LS일렉트릭이 일본 시장을 점찍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태양광 발전 시스템 시장이 급성장했고, 덩달아 ESS 시장도 계속 커지는 분위기다. 도쿄에서 만난 사토 노보루 일본 나고야대 미래사회창조기구 교수는 “일본 정부가 GX(Green Transformation·녹색 전환) 정책을 통해 탈탄소,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힘쓰는 만큼 ESS 산업이 꾸준히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그동안 미쓰비시, 산요 등 현지 기업들이 태양광 발전 시장을 장악해온 데다 까다로운 품질 규제로 해외 기업 진입장벽이 높았다. 하지만 LS일렉트릭은 세계적으로 인증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JET 인증을 획득한 후 태양광 모듈 품질을 인정받아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JET는 일본에서 태양광 사업을 하기 위해 기업들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일본전기안전환경연구소 인증이다.

치토세 태양광 발전소 이외에도 성공 사례는 꽤 많다. LS일렉트릭은 최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 시로이시구에 ‘계통 연계(서로 다른 전력 계통을 연계하는 것) ESS’ EPC 사업을 수주했다. 전력 시장 거래를 목적으로 한 일본 최초의 계통용 ESS 사업으로 눈길을 끈다. 2022년 12월 착공해 지난해 7월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전력변환장치(PCS) 3개를 설치해 2㎿의 전력(배터리 용량 약 8㎿h)을 저장, 수시로 홋카이도전력에 공급한다. 일본은 개정 전기사업법을 통해 계통용 ESS를 발전소 중 하나로 공식 인정했다. 향후 일본 내 계통용 ESS의 상용 운전 프로젝트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LS일렉트릭 추가 수주 기대도 커졌다. 태양광 발전소 EPC뿐 아니라 변압기, 전력개폐장치(RMU) 등 다양한 전력기기 제품도 판매하면서 일본 시장 매출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일본뿐 아니라 북미 시장 분위기도 괜찮다. LS일렉트릭의 올 1분기 북미 매출은 24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가량 늘었다. 국내 대기업의 미국 반도체, 배터리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력 인프라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해외 사업이 순항하는 덕분에 향후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LS일렉트릭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조3727억원, 2026년은 5조3689억원에 달한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S일렉트릭은 해외 전력 인프라 시장 호황에 배전반 수출 증가로 향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뷰 | 박태근 LS일렉트릭 일본법인장
ESS 설치 경험 앞세워 3000억 매출 달성 목표
Q. LS일렉트릭이 일본 시장을 주목한 시점은 언제인지.

A.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질 때부터 일본 시장을 눈여겨봤다. 태양광 모듈을 제조해 일본에 판매해왔는데 자연스럽게 일본 태양광 발전소 EPC 사업도 키우게 됐다.

Q. 일본 내 경쟁사들이 많아 시장 공략이 쉽지 않았을 텐데.

A. 오랜 기간 자국 시장을 공략해온 미쓰비시, 도시바 등 일본 기업들이 많아 안일한 전략으로는 시장을 침투하기 어렵다고 봤다. LS일렉트릭은 ESS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만큼 기술력에서 승부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초고압 변압기 부문에서는 아직 일본 기업이 강하지만 ESS는 한국 시장 설치 경험이 워낙 많은 만큼 배터리만 제외하면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일본 정부가 ESS에 대규모 보조금을 주는 만큼 사업성이 괜찮다고 본다. 또한 일본 전력 인프라가 대부분 노후화돼 교체 시점이 다가온 점도 호재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로 일본과 멀리 떨어진 국가 기업이 진출하기가 어려운 만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기업, 그중에서도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춘 LS일렉트릭 입장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Q. 향후 목표는.

A. ESS에 필수적인 전력변환장치(PCS) 사업에서는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향후 초고압 가스절연개폐장치(GIS) 등 신시장에 진출해 매출을 키울 계획이다. 태양광 모듈, 인버터, 모니터링 시스템, 송배전 시스템 등 태양광 분야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데도 힘쓸 것이다. 전력기기 특성상 설치 후 아무런 문제없이 운영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 때문에 고객 불만에 재빨리 대응해 꼼꼼한 유지, 보수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중요한 만큼 서비스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향후 ESS 사업을 기반으로 일본 시장 매출을 1000억원 이상으로 키울 계획이다. 수주 물량을 꾸준히 늘리면 2030년 매출 3000억원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삿포로·도쿄 = 김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8호 (2024.07.10~2024.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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