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들어간 ‘엑셀세라퓨틱스’ I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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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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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배지 시장’ 전망 밝다지만…


“설립 당시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준비해왔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세계 최초로 3세대 화학조성배지를 상용화해 ‘퍼스트 무버 이펙트’를 가져갈 수 있다. (기술성장성특례) 상장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바이오 소재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

7월 15일 코스닥 상장 예정인 세포배양배지 연구개발사 엑셀세라퓨틱스의 이의일 대표 포부다. 자신감도 상당하다. 3년 내 매출 100억원과 영업 흑자를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우려되는 지점도 여럿이다. 일단 적자가 수년째 이어지며 결손금만 500억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두 차례 기업공개(IPO) 실패로 유동성 부담도 커졌다. 유동비율(기업의 단기 지급 능력)은 58.1%, 단기부채 감당도 쉽지 않은 수준이다. 결국 사업 지속을 위해 ‘상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엑셀세라퓨틱스 세포배양배지 생산 시설 내부 모습. (엑셀세라퓨틱스 제공)
‘세포배양배지’ 뭐길래

CGT 시장 커지면서 주목

최근 바이오업계 핫 키워드 중 하나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CGT 시장 규모는 올해 300억달러(약 41조4800억원)에서 2030년 830억달러(약 114조74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만 18.5%다.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도 CGT를 새 먹거리로 꼽는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올해 초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CGT 분야 중 특정 영역인)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도 CGT 분야 영역 확장을 외치며 3390억원을 투입해 독일 IDT바이오로지카를 인수했다.

CGT 시장이 커지면서 세포배양배지의 중요성도 조명된다. 세포배양배지는 CGT 등 바이오의약품 제조와 생산에 필요한 ‘세포’를 만들고 키우는 데 필요한 주요 소재다. 식물과 토양(흙)의 관계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토양은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처럼 세포배양배지는 세포 증식을 돕기 위해 영양물질을 제공한다. 다만 세포배양배지 시장은 지금껏 해외 기업 전유물이었다. 국내 CGT 기업도 해외 세포배양배지를 쓸 정도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기업 5개사(머크, 싸이티바, 론자, 싸토리우스, 써모피셔사이언티픽)가 글로벌 배양배지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에선 엑셀세라퓨틱스가 세포배양 시장을 겨냥한 대표 기업이다. 세포배양배지는 크게 1세대 우태아혈청배지와 2세대 무혈청배지로 나뉜다. 소 태아 혈액을 이용하는 1세대는 활용도가 떨어진다. 각국 윤리 규제 강화로 동물 혈액 채취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동물 유래 성분을 최소화한 2세대가 주로 쓰인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3세대 화학조성배지 시장을 주목한다. 화학조성배지는 재조합 단백질과 합성물 등으로 구성된 형태다. 동물 유래 성분은 완전히 배제했다. 생산 체계만 갖추면 대량 수급도 가능해 상업성이 높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만 놓고 보면 정부 역시 국가 연구 과제로 세포배양배지 개발 기술 국산화를 추진 중인데, 큰 틀에선 엑셀세라퓨틱스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엑셀세라퓨틱스 3세대 화학조성배지 제품명은 ‘셀커(CellCor)’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올해를 셀커 매출 확대 원년으로 삼았다. 올해 27억원의 셀커 매출을 예상 중이다. 고객사 수요를 문의·반영해 측정한 전망치다. 이후 2026년 100억원대 매출을 돌파하고 2028년 200억원대 셀커 매출을 내다본다. 또 셀커 매출에 힘입어 2026년 영업 흑자전환도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엑셀세라퓨틱스 관계자는 “핵심 전략 고객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단계”라며 “흑자전환을 달성하는 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장밋빛 전망’ 향한 의구심

평가기관도 ‘경쟁 심화’ 지적

다만 세포배양배지 시장은 바이오 분야 중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포배양배지에 따라 제품 품질 규격이 달라져 임상 의약품 생산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이에 고객사는 ‘신뢰성’ ‘안정성’이 증명된 글로벌 기업과 손잡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또 공급사를 결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엑셀세라퓨틱스 입장에선 새로운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인데, 영업 자체가 쉽지는 않다. 실제 ‘셀커 CD MSC’는 세상에 나온 지 3년째에 접어들었지만 매출은 아직 5억원에 그친다. 엑셀세라퓨틱스 기술력을 평가한 기술평가 전문기관 이크레더블은 “CGT 개발사 협업 외에도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대상 적극적인 기술 영업으로 매출처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낮은 점유율과 인지도는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확보 중인 3세대 ‘선점 지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는 것도 리스크”라고 얘기한다. 최근 3세대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는 탓이다. 이미 일본 아지노모토(AJINOMOTO) 등은 3세대 개발을 마쳤고,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에 세포배양배지를 공급하는 독일 싸토리우스는 이스라엘 세포배양배지 전문 기업 바이오로지컬인더스트리 지분을 취득하는 등 적극적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이는 기술평가 전문기관도 우려한 대목이다. 엑셀세라퓨틱스에 기술평가 BBB 등급을 제시한 기술보증기금은 “화학조성배지 시장 규모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글로벌 배지 제조사와 시장 경쟁에 따른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엑셀세라퓨틱스도 이 같은 위험 요인을 알고 있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증권신고서 내 투자 위험 요인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지닌 경쟁 기업이 시장에 진입한다면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자본 시장에서도 “투자자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바이오 섹터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모가 산정부터 논란이 있었다. 현재 매출 수준과 수익성을 고려하면 향후 전망 실적도 다소 높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며 “국내 딱 맞아떨어지는 피어그룹(비교기업)이 없어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앞서 공모가 산정 당시 주가수익비율(PER) 배수 계산 방식을 활용했다. 문제는 4년 뒤 실적(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삼은 것. 2028년 예상 당기순이익 104억원을 가져와 연 할인율 20%를 적용했다. 이후 유사 사업자로 판단한 케어젠과 바이오에프디엔씨의 평균 PER인 25를 곱해 공모가를 산정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기술성장특례를 고려해도 매년 80억원 이상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낸 기업이 4년 뒤 예상 실적을 활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주관사(대신증권) 가이드를 바탕으로 2028년 실적을 공모가 산정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문제 될 건 없다. 다만 흔한 사례는 아니다. 2022년 이후 기술성장성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총 61개다. 이 중 4년 뒤 실적을 활용한 곳은 4곳뿐이다. 대부분 1~2년 뒤 실적을 기준으로 삼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업체 바이젠셀 사례가 떠오른다. 2021년 상장 당시 2025년 추정 순이익(517억원)을 활용해 상장했는데, 지난해까지 매출 0원에 영업손실 200억원을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창원 기자 [email protected]]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7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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