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말 얄룽창포강 수력댐 건설 발표
강 하류 위치한 인도, 안보 문제로 인식
中 위협에 대응 위해 12개 댐 건설 준비
중국이 작년 말 티베트 남부를 가로질러 인도로 유입되는 얄룽창포강 하류에 싼샤댐의 3배가 넘는 세계 최대 수력발전 댐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이후 중국과 인도 사이에 긴장감이 감돕니다. 작년 10월 시진핑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5년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국경 분쟁을 봉합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물 전쟁이 불붙을 조짐이에요.
중국은 10여 년 전부터 얄룽창포강 하류 댐 건설을 추진해왔지만, 강 하류에 있는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은 줄곧 반대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댐 건설로 수량이 줄면 하류 지역 생태 환경이 악화하고, 홍수 등 재해가 빈발할 수도 있다는 이유였죠. 무엇보다 중국이 댐 방류량 조절을 무기로 인도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도는 이 사안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보는 분위기입니다.
인도 국방부 장관과 외교부 대변인은 연초부터 잇달아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냈어요. 1월5일 재임 중 마지막으로 인도를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인도 측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합니다. 인도 측에 힘을 보탠 거죠.
◇싼샤댐 3배 크기 슈퍼 댐
티베트 서부 앙시 빙하에서 발원한 얄룽창포강은 길이 3000km를 넘는 강입니다. 티베트 남부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횡단했다가 남쪽으로 방향을 틀고서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 방글라데시를 거쳐 벵골만으로 흘러가요. 인도에서는 브라마푸트라강, 방글라데시에서는 자무나강으로 부릅니다.
이 강은 가장 높은 곳이 해발 520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을 흐르는 강이라고 해요. 티베트 동남부 얄룽창포대협곡을 지나는 구간의 50km가량은 강의 고도가 2000m나 급격히 떨어지는데, 중국은 여기에 댐을 건설한다고 합니다. 낙차가 커서 수력발전의 적지라는 거죠. 관영 신화통신은 작년 12월25일 “얄룽창포강 하류 수력발전 댐은 이곳의 풍부한 수자원과 주변의 태양광, 풍력 발전 자원이 서로 보완하는 청정에너지 기지가 될 것”이라면서 “저탄소 전략과 기후 변화 대응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라고 했습니다.
중국은 이곳에 세계 최대인 싼샤댐의 3배가 넘는 슈퍼 댐을 짓는다고 해요. 싼샤댐의 발전 용량이 2만2500 메가와트(MW)인데, 얄룽창포댐의 발전 용량은 6만~7만 메가와트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댐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1370억 달러(약 200조원)으로 싼샤댐의 4배나 돼요.
◇인도·방글라데시 “하류 피해 우려”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슈퍼 댐이 건설돼 수량의 변동성이 커지면 강의 흐름이 바뀌고 지역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실제로 중국 윈난성을 거쳐 동남아로 흘러가는 메콩강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죠.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대형 댐을 대거 건설하면서 태국과 베트남, 라오스 등 하류의 국가들이 2010년대 여러 차례 최악의 가뭄 사태를 겪었습니다.
중국 내에서도 이 댐이 돌이킬 수 없는 지질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요. 유명 지질학자인 판샤오 쓰촨성 지질광물국 수석엔지니어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이곳은 지진활동이 매우 활발한 지역”이라면서 “대규모 댐과 저수지, 터널 수로 등을 건설한다면 산사태의 위험을 높이고 감당할 수 없는 지질학적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일대에서는 1950년 지진 규모 8.6의 아삼·티베트 대지진이 발생했어요.
란디르 자이스왈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1월3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상류 지역의 활동으로 하류 지역 국가들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라즈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도 1월7일 “인도 정부는 댐 건설 프로젝트를 고도로 경계하고 있다”면서 “하류 지역에 대한 영향이 우려된다”고 했어요.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궈자쿤 대변인은 “얄룽창포 하류 수력발전 프로젝트는 엄정한 과학적 논증을 거쳐 건설하는 것으로 하류 국가의 생태 환경과 지질, 수자원 권익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하류 지역 재해 방지와 기후 변화 대응에 일정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도 위협하는 ‘물 폭탄’ 되나
중국 국내외에서는 이 문제가 수자원 안보를 둘러싼 두 대국 간 갈등으로 번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요. 단순한 댐이 아니라 유사시 인도를 위협할 물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니러슝 상하이 정법대 교수는 “중국이 얄룽창포강의 유량을 인도에 대한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점을 두고 두 나라 간 한바탕 설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어요.
인도도 중국의 댐 건설에 대비해 하류 지역에 댐을 대거 건설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1980년대 북한 금강산댐의 수공 가능성에 대비해 평화의 댐을 건설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에요. 로이터는 작년 6월 인도가 중국의 댐 건설에 대응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들여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 12개의 수력발전 댐을 건설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카이왈야 트리비크람 파르나익 아루나찰프라데시주 수석장관은 “중국 댐의 잠재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수력발전공사가 제안한 다수의 다목적댐 건설 방안을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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