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하반기부터 사망한 뒤 유족에게 지급되는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가입자가 살아있을 때 연금 형태로 매달 받아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8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현재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사망한 이후 자녀 등 가입자가 미리 지정한 사람만 받을 수 있다. 노후 생활이 어려워도 본인이 낸 보험금은 쓸 수 없는 구조다.
정부는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해 종신보험 보험료를 모두 납입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 등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바꿀 방침이다. 사망보험금은 연금 외에도 요양 시설 입주권이나 각종 헬스케어 이용권 같은 현물 형태로도 받을 수 있다. 현재 일부 보험회사가 요양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금 대신 3년 치 시설 이용비를 보험사가 납부하는 식이다. 정부는 수령 가능한 금액과 수령 방식 등 구체적 방안을 국내 20여 생명보험사와 협의를 거쳐 다음 달 발표하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노후 생활 자금을 받는 ‘주택연금’과 유사한 일종의 ‘보험연금’으로 보면 된다”며 “법 개정 없이 보험사들이 자체 규정을 바꿔서 기존 보험계약에 반영하면 된다”고 말했다. 종신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이 20~30년인데, 현재 보험료 납입이 끝난 계약은 약 362만건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고령화에 맞춰 현재 70~75세로 제한된 노후·유병력자의 실손보험 가입 연령을 90세로 올리고, 보장 연령도 100세에서 110세로 올려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 1월부터 은행들이 부과하는 중도상환수수료율은 실제 발생한 비용만 반영할 수 있도록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율은 현재 약 1.2∼1.4%에서 0.6∼0.7%로, 신용대출은 현재 0.6∼0.8%에서 0.4% 수준으로 내려간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소비자가 대출한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에 대출금을 갚는 경우 은행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은행들은 수수료율을 산정하는 기준을 따로 두지 않고 그 근거를 공개하지 않아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 밖에 현재 신한·우리·현대카드가 시행 중인 부동산 월세 신용카드 납부 서비스(최대 200만원 한도)는 이르면 상반기에 전체 카드사로 확대한다.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 혁신을 위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 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팔아 원화로 바꾸려면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은행들이 자금 세탁 위험 등을 우려한 금융 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국내 법인과 기관에 대해서는 실명 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법인의 계좌 발급이 가능해지면, 서울대 등 코인을 기부받은 대학들이 코인을 현금화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중도 해지할 경우 받게 되는 환불 규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OTT사들은 서로 다른 환불 규정을 두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공정위는 가이드라인에 이용 일수에 따라 이용료를 차감하고 나머지 금액을 환불해주는 ‘일할(日割) 계산’ 방식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또 중도 해지에 대해 일부 위약금을 떼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보고 싶은 콘텐츠만 골라 몰아보기로 시청한 뒤 중도 해지하는 체리피커(얌체 소비자)에 대해 비용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지난해 11월 양대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가 기존 9.8%인 배달 중개 수수료를 2~7.8%로 최대 7.8%포인트 낮추기로 한 ‘배달앱 수수료 인하’ 상생 안을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행하겠다고 공정위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