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7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을 재발부하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르면 8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체포 영장 집행을 전개할 경찰이 세계 정상급 대테러 부대인 경찰특공대 투입까지 검토하는 가운데, 대통령경호처는 관저 구역을 차벽과 철조망 같은 장애물로 겹겹이 둘러싸고 ‘공성전’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
본지가 7일 찾은 공관 구역 정문은 대형 버스 7대로 막혀 있었다. 마치 요새 같았다. 경호처 직원들이 봉쇄한 이 정문은 간간이 내부에서 차량이 나올 때만 버스가 움직여 진입로를 냈다. 이 정문에서 대통령 관저까지는 언덕 굽잇길을 올라가 500m 거리다. 한남초 인근의 산책로도 모두 철조망으로 봉쇄됐다. 철조망과 드론 무력화 기능이 탑재된 차량도 관저 구역 내 곳곳에 배치됐다.
지난 3일 공수처·경찰의 1차 집행 때 경호처는 1~3차 저지선을 구축, 차량과 인간띠로 체포팀 진입을 저지했다. 체포팀 150여 명은 당시 몸싸움을 하며 1·2차 저지선을 돌파했으나, 관저 정문 앞 50m 지점에서 경호처·군 요원 200여 명에게 가로막혔다. 일부는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중과부적이라고 판단한 체포팀은 5시간 26분 만에 영장 집행을 중단했다.
공수처·경찰은 2차 집행 땐 반드시 윤 대통령을 체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찰은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특공대 180여 명 중 30여 명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벽과 인간띠, 철조망까지 동원한 상황에서 경찰특공대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경찰특공대 운영 규칙에는 ‘일반 경찰력으로는 제지·진압 등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에서는 투입이 가능하다는 규정도 있다. 경찰특공대는 2009년 쌍용차 사태, 2015년 안산 인질극 사건, 2023년 다발 흉기 난동 사태에 투입된 최정예 대테러 부대다. 거의 전원이 군 출신이다.
경호처는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가 존재 가치’(박종준 처장)라는 입장이다. 경찰이 특공대까지 투입한다면 경호처 소속 요원 750명, 수방사에서 파견된 군 병력 500여 명이 저지 작전에 나설 수 있다. 실제 최근 경호처가 대통령 관저 구역을 철조망으로 둘러싸거나, 관저 구역 내 진입로를 철조망으로 봉쇄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대통령 관저가 감제고지(瞰制高地)에 있는 지형 특성상, 수류탄·크레모어만 있다면 최후 방어 고지전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경찰은 필요 시 기동대 2700여 명까지 투입, 영장 집행을 관철할 태세다. 일각에서는 경호처가 1~3차 방어선에 1300명가량의 요원을 전원 투입, ‘인간 방벽’을 형성할 가능성에 대비, 아예 헬기로 경찰특공대를 공수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기동대 훈련 교범에 ‘4명이 1명을 진압하라’고 명시된 만큼, 추가 기동대 인력과 호송 차량을 대기시키자는 시나리오도 언급된다. 박종준 경호처장 등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전원 체포·압송’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기동대 투입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은 “모든 경찰관은 형사소송법 등이 규정하는 ‘사법경찰관리’ 자격으로 수사 업무를 지원하는 데 제한이 없다”고 했다.
경찰과 경호처·군 양측 모두 대규모 병력과 중화기, 장갑차를 동원할 수 있다. 군·경이 총부리를 맞댄다면 정부군과 반란군이 국지전을 벌였던 12·12 이후 초유 사건이다. 국가·국민 수호 임무를 띤 양대 무력 기관이 대통령 체포 상황에서 정면 충돌한다면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다.
관저 일대로 몰려올 시위대 수만 명의 안전도 문제가 된다. 한남동 시위 참가자 임해순(74)씨는 “총격전이 벌어지면 총알받이가 돼도 좋다. 후세를 위해 우리가 죽더라도 윤 대통령 체포를 결사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김재욱(75)씨도 “이 나이에 잃을 게 뭐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기를 가진 국가 기관끼리의 무력 충돌 가능성, 국가원수 거주 구역에 테러 진압 부대를 투입하는 명분의 적절성 등을 고민 중”이라며 “영장 집행 과정에서 불상사가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작전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국회 법사위에서 윤 대통령이 도주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네, 맞다”며 “여러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관저를 나와 다른 공관에 들어갈 경우 체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그런 부분의 보고를 들었고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관저 인근 국회의장·대법원장·국방장관 공관 등으로 윤 대통령이 이동할 때에 대비한 체포 계획도 수립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