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가동시간 최대한 늘려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국내에 우후죽순으로 설립된 저비용 항공사(LCC)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LCC는 지난 2005년 제주항공 출범 이후, 정부의 무더기 허가로 현재 9곳에 이른다. 면적이 한국의 98배인 미국(9곳)과 함께 LCC 사업자 수 세계 1위다.
국내 LCC 중에는 건실한 항공사도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염원 등 정치적 영향으로 설립된 일부 항공사는 회생 절차를 밟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삼은 LCC ‘플라이강원’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6년에 설립됐지만 코로나로 경영이 악화하자 지난해 결국 영업을 중단하고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최근 가전 업체 위닉스가 인수를 결정해 ‘파라타항공’이라는 이름으로 조만간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항공 업계에선 향후 운영과 모객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07년 전북 군산의 향토 기업으로 출범한 이스타항공도 경영난 끝에 기업 회생 절차를 밟아 사모펀드에 인수됐지만, 지난해 영업손실 577억원을 내는 등 아직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CC의 포화에도 이런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나항공의 합병을 계기로, 부산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을 놓고도 최근 논란이 불거졌다. 에어부산과 진에어, 에어서울이 통합 절차에 들어가자 부산시는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무산되자 신규 LCC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지난 23일 “거점 항공사 없이 내년에 가덕도 신공항 개항을 할 수는 없다”며 신규 LCC인 가칭 ‘부산 에어’ 설립 계획을 밝혔다.
현재 국내에는 제주를 거점으로 하는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티웨이항공(대구), 에어부산(부산), 에어로케이(청주), 파라타항공(강원) 등 지역과 결합한 LCC가 속속 등장해 ‘팔도 LCC’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제는 이같은 LCC 난립과 이에 따른 경쟁 과열이 항공사의 기본인 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LCC들은 중국, 일본을 비롯한 중·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업체끼리 치열한 ‘출혈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여객기 가동 시간을 최대한 끌어올려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현재 다수 LCC는 중·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하루에도 5~6회 운항을 지속하는 등 잦은 운항 일정을 유지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일부 여객기는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제주, 김포, 광주, 대구, 태국 등을 총 14차례 운항하기도 했다. 항공사들은 안전 우려에 대해 “계획된 점검과 정비를 규정대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LCC 안팎에선 우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지난 1월 기체 결함을 이유로 비행을 거부했다가 중징계를 받은 티웨이항공 기장 사건도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 기장은 베트남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륙을 준비하던 중 브레이크 패드의 마모 상태가 안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 부품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운항에 문제가 없다”며 교체를 거절했고, 기장은 결국 운항을 거부했다. 이후 그는 회사에서 정직 5개월 징계를 받아 논란이 됐다.
2020년 이후 올해 8월까지 항공사가 항공안전법 위반으로 납부한 과징금도 제주항공(23억2800만원)에 이어 티웨이항공(21억3900만원), 진에어(13억3900만원) 등 최다 3곳 모두 LCC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