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27일 국회를 통과하자 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사실을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헌나’는 탄핵심판에 붙는 사건부호로, ‘9′는 올해 접수된 탄핵심판 사건 중 아홉 번째라는 뜻이다.
앞서 접수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사건번호는 ‘2024헌나8′이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번호는 각각 ‘2004헌나1′ ‘2016헌나1′이었다. 윤 대통령과 한 권한대행이 나란히 숫자 8과 9를 부여받은 것은 민주당의 유례없는 ‘탄핵 폭주’ 때문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 7개월간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까지 29번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300명)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국무총리·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과반수(151명)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 의석은 192석으로 대통령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인사들에 대해 여당 국민의힘의 의사와 상관없이 단독으로 탄핵소추를 추진할 수 있다.
올해에만 이진숙 방통위원장(2024헌나1), 최재해 감사원장(2024헌나2) 이창수 중앙지검장(2024헌나3)·조상원(2024헌나4)·최재훈(2024헌나5) 검사, 박성재 법무부장관(2024헌나6), 조지호 경찰청장(2024헌나7) 등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헌재로 넘어와 심리가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선 “탄핵이 일상화된 정치 지형이 낳은 비극”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탄핵은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을 때 쓰는 매우 예외적인 제도”라며 “이젠 ‘탄핵’이란 단어의 무게감이 일반 회사의 징계보다도 가볍게 느껴진다”라고 했다.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우리가 좀 타협할 줄 알고, 과거 관례를 지키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국민들만 불행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