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의 선두 주자인 오픈AI가 자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추진한다. 4년 전 해체시켰던 사내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올해 초 재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인 ‘피겨(Figure)’, 지난달 로봇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피지컬 인텔리전스’에 투자했는데, 자체적으로도 로봇 개발을 위한 조직을 재건한 것이다. 24일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가 최근 두 발과 두 팔을 지닌 인간형 로봇 개발을 논의했다”며 “이는 검색부터 웹 브라우저,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AI 관련 모든 분야에 뛰어들려는 오픈AI의 야망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챗GPT 출현 후 2년 동안 치열하게 벌어진 AI 모델 개발 경쟁이 로봇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금까지 AI의 기초 기술인 거대 AI 모델 개발에 업계가 모두 집중하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이 기술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는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이다. 구글과 xAI 등 AI 모델 개발 경쟁을 벌여 온 빅테크들도 로봇 관련 비전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서 “미래에 움직이는 모든 것은 로봇이 될 것”이라며 AI 기술 개발의 궁극적 목표로 로봇을 제시하기도 했다. AI 개발에 천문학적 투자를 해 온 빅테크들이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로 로봇이 꼽히기도 한다.
지난 19일 구글의 첨단 AI 개발을 도맡고 있는 구글 딥마인드는 휴머노이드 전문 기업 앱트로닉이 개발하는 로봇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구글이 개발한 최고 수준의 AI를 최첨단 하드웨어에 탑재해 다양한 환경에서 스스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앱트로닉이 개발한 로봇 ‘아폴로’는 키 173cm, 무게 72.5kg의 인간형 로봇으로, 내년 말부터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동차 공장에서 실제 사용에 들어설 예정이다. 구글은 지난해부터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AI 모델 ‘RT-1′, ‘RT-2′, ‘오토RT’ 등을 잇따라 공개하며 실제 로봇 제작 분야에 뛰어들었다.
현재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테슬라의 ‘옵티머스’다. 테슬라는 내년 말까지 1000대의 옵티머스를 테슬라 공장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지난 10일엔 소셜미디어를 통해 울퉁불퉁한 경사로를 오르는 옵티머스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영상에서 로봇은 미끄러지고 휘청이지만 이내 균형을 잡고 걸어 ‘사람의 반사신경을 갖춘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로봇에 탑재된 AI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빠르게 분석하고 해결책을 내세워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머스크가 세운 xAI의 첨단 AI는 향후 옵티머스의 기능을 향상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은 스타트업 어질리티 로보틱스와 협력해 이 업체가 개발한 물류용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을 지난해부터 자사 물류 창고에서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 함께 로봇 스타트업 ‘피겨’ 투자에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로봇의 발전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것으로 본다. AI 개발 시장을 자사 소프트웨어 ‘쿠다’로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잡기 위해 다양한 로봇 전용 AI 도구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 3월 로봇 개발 전용 플랫폼인 ‘그루트’를 공개했고, 지난달에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빠르게 만들고, 세밀한 손동작을 짤 수 있는 기능들을 추가했다. 로봇 개발을 위한 전용 컴퓨팅 시스템 ‘젯슨 토르’를 내놓기도 했다.
빅테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로봇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2035년까지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3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1년 전 예측했던 규모(60억달러)의 6배 이상이다. AI의 발전으로 사전 학습하지 않았던 동작까지 추론해낼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에 투입되고, 가사 노동을 대신하고, 배달을 하는 등 사회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미래가 더욱 빨리 다가온다는 것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에 뚜렷한 강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결국 로봇 시장을 잡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