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을 불법 모금·유용한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윤미향 전 의원이 최근 한 사립대 교내에 ‘김복동평화센터’를 짓겠다면서 ‘건립 후원’ 명목으로 모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21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당선됐다가 2021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의원 부동산 전수 조사 결과 ‘부동산 명의 신탁’ 의혹이 제기돼 더불어민주당에서 출당된 윤 전 의원은 작년 9월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 상고심 판결이 늘어지면서 의원 임기 4년을 다 채웠다.
윤 전 의원은 지난 8월부터 “재일 조선 학교 학생들을 지원해 달라”는 김 할머니의 유언을 실천한다는 ‘김복동의희망’이라는 단체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내달 4일 경기도 오산에 있는 한신대학교에 김복동평화센터를 개관할 계획이다. 윤 전 의원이 한신대 강성영 총장 등과 논의한 뒤 대학 측이 공간을 마련해 줬다고 한다. 윤 전 의원은 센터 건립을 위한 김복동평화센터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가 각각 1만원, 10만원 이상 회비를 내면 ‘추진위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의원은 친야 성향 커뮤니티에 센터 건립을 위한 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수차례 올렸다. 그는 지난달 30일 “김복동의희망은 재정 상황이 열악해서 사무실 공간도 6평 남짓이고, 활동가도 겨우 한 명을 두고 있다”며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큰일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중략) 그것은 바로 김복동평화센터를 세계 각지에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복동평화센터를 세우는 일을 시민 후원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일본군 위안부 해결 운동의 역사에 또 하나 터닝 포인트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글 말미에는 “후원하시는 분들은 모두 추진위원으로 역사에 남기고 기부자의 벽에 새기려 한다”며 후원 계좌와 전화번호를 공개했다. 윤 전 의원은 지난 2일 올린 글에서는 9월 30일~10월 1일 이틀간 48명이 162만원을 보냈다고 밝히고 “함께하시지 못한 분 중 함께 추진위원이 돼주실 분이 계실까요”라며 거듭 후원을 요청했다.
윤 전 의원은 작년 2월 1심 재판에서 업무상 횡령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해 9월 2심에선 업무상 횡령 외에 사기 및 보조금법·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량이 가중됐다. 당시 법원은 윤 전 의원의 기부금 횡령액이 8000만여 원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윤 전 의원이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약 1억3000만원을 자기 개인 계좌로 불법 모금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윤 의원이 개인 명의로 모금한 금액 대부분은 시민 단체 후원, 단체 활동가 자녀에 대한 장학금 수여 등 유족을 위로하고 장례를 지원하는 것과 무관한 사업에 사용됐다”고 했다. 윤 전 의원은 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 선고는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