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청렴 앞세우더니 ‘검은돈’ 받아 법정 선 美 뉴욕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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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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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수수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27일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석했다./AP 연합뉴스

“존경하는 판사님, 저는 무죄입니다.”

27일 방청객들로 가득 찬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법정에서 에릭 애덤스(64) 뉴욕시장이 말했다. 전날 뇌물 수수, 사기, 불법 기부금 모집 등 5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그가 첫 기일에 결백을 주장한 것이다. 뉴욕의 110대 시장인 그는 1665년 취임한 토머스 월렛 초대 시장 이래 처음으로 재임 중 형사재판에 넘겨진 뉴욕 시장이 됐다.

검찰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애덤스는 브루클린 구청장이었던 2014년부터 튀르키예 정부 관계자 등으로부터 무료 또는 할인된 항공권과 무료 식사, 호화 호텔 숙소 등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고 뉴욕 주재 튀르키예 총영사관이 신축 건물 사용 승인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는 2017년 이스탄불 여행에서 2박에 7000달러(약 920만원)짜리 호텔에 묵으면서도 총 600달러도 내지 않았고, 시내에서 이동 시 BMW 고급 세단을 받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뉴욕시장 출마 때도 불법 정치 자금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어려웠던 환경에서 자라 겸손했던 그는 시장이 됐지만 사치품에 대한 사랑이 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면서 “최대 징역 45년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때 스스로를 ‘브루클린의 바이든(미 대통령)’이라 부르며 야망을 키우던 그가 정치적 몰락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애덤스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강한 공권력의 상징인 뉴욕 경찰을 20여 년간 지낸 후 정치적 성공 가도를 달린 입지전적 인물로 통했다. 1960년 우범 지대인 브루클린 브라운스빌에서 태어난 그는 청소부로 일하던 어머니 손에 자랐다. 곳곳에 쥐가 들끓는 허름한 집에서 자란 경험은 시장 취임 후 ‘쥐 퇴치 운동’에 앞장서게 된 배경이 됐다. 집세를 못 내 퇴거당할 경우를 대비해 종종 여분의 옷을 챙겨 등교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다. 애덤스는 열다섯 살 때 주거침입죄로 체포돼 경찰에 구금됐는데 당시 경찰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했다. 이 일로 그는 경찰이 되어 내부에서 경찰 문화를 개혁하겠다는 꿈을 가졌다.

그는 뉴욕 경찰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경찰서장 자리까지 올랐다. 정치에 눈을 돌린 그는 흑인 밀집 지역인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삼아 2006년 뉴욕주 상원의원에 당선됐고 2013년엔 브루클린 구청장까지 됐다. 그는 2021년 “범죄로부터 뉴욕을 지키고 청렴한 시장이 되겠다”면서 뉴욕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 텃밭 뉴욕에서는 당내 경선 통과가 곧 시장 당선이나 다름없다. 그는 당내 경선에서 경찰 출신의 자신이 치안·교통 등 민생 문제 해결의 최적임자임을 알리고 “하버드·예일대에 가지 않았고 뉴욕시 공립대에 갔다” “나는 바로 당신(뉴욕시민)이다”라는 등의 홍보 문구를 앞세워 지지율을 끌어올렸고 , 2022년 데이비드 딘킨스(1990~1993년 재임)에 이은 두 번째 흑인 뉴욕 시장이 됐다.

하지만 시장직에 오른 뒤부터 문제의 연속이었다. 또 자신의 오랜 친구를 공공 안전 담당 부시장에 앉히고, 측근이었던 건축국장은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되는 등 측근 비위 문제가 잇따라 불거졌다. 사업가나 기성 정치인이 아닌 경찰 출신이 이 같은 문제를 일으키면서 급격히 이미지가 나빠졌다. 자신이 완벽한 채식주의자라고 알렸다가 외식할 때 생선 요리를 주문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사소한 해프닝으로도 이미지가 훼손됐던 그는 이번 부패 스캔들로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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