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루할 틈 없었다… ‘미친 로맨스’ 보여준 두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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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9.30. 오전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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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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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주연 호아킨 피닉스·레이디 가가
배우 호아킨 피닉스(오른쪽)와 레이디 가가가 26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홍보 행사에 참석했다. 조커와 할리퀸을 연기한 두 사람은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뮤지컬 장면을 라이브로 소화했다. /AP 연합뉴스

“모두가 그를 비웃어. 그들은 그의 외로운 마음을 보지 못해.”

늦은 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붉은 단발의 레이디 가가가 춤을 추며 계단을 내려온다. 박물관을 활보하던 가가는 모나리자 그림 위에 시뻘건 립스틱으로 조커의 미소를 그린다. 25일 루브르 박물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이 영상은 레이디 가가의 신곡 ‘더 조커’의 뮤직비디오.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개봉에 맞춰 깜짝 발매한 가가의 앨범 ‘할리퀸’의 수록곡이다.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38)가 조커의 여자 친구 할리퀸으로 변신했다. 2019년 ‘조커’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속편 ‘조커: 폴리 아 되’(10월 1일 개봉)는 미치광이 악당 조커와 할리퀸의 뒤틀린 로맨스를 그렸다. 고담시에 폭동을 일으키고, 5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수용소에서 조커의 열성팬인 리 퀸젤(레이디 가가)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리 퀸젤은 자신을 ‘할리퀸’이라 칭하며, 아서 안에 잠들어 있는 조커를 다시 깨우려 한다. ‘폴리 아 되’는 공유 정신병적 장애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두 사람 이상이 망상을 공유하는 상태를 말한다.

리 퀸젤(레이디 가가·왼쪽)은 수용소에 무기력하게 갇혀 있던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잠들어 있던 ‘조커’를 깨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춤과 음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1편에 이어, 2편은 아예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졌다. 노래와 춤, 연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레이디 가가가 캐스팅된 이유다. 가가는 어둡고 실험적인 음악, 파격적인 의상으로 매번 화제가 된 만큼 할리퀸에 적격이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기괴한 공연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의 집단 따돌림, 성폭행 피해를 고백하고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비주류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받았다. 가가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 ‘할리퀸’을 발매하며 “촬영이 끝났지만, 할리퀸을 떠나지 못한 기분”이라고 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26일 열린 국내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1편에서도 아서는 외톨이지만 내면엔 낭만이 있고 머릿속에선 늘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2편을 만든다면 아서의 내면이 밖으로 표출되기를 바랐다”면서 뮤지컬 영화로 연출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없이 어두운 수용소의 분위기와 달리 영화는 서정적인 사랑 노래로 가득하다. 가가와 피닉스가 거칠고 음울하게 재해석한 올드팝을 듣는 재미가 있다. 아카데미·골든글로브 등 남우 주연상을 휩쓴 호아킨 피닉스도 가가와 노래하는 장면 때문에 매일 긴장했다고 한다. 피닉스는 가가에 대해 “100%를 쏟아붓는 배우”라고 칭찬하며 “불안하고 취약한 모습부터 불같은 열정을 뿜어내는 모습까지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다”고 했다.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조커’는 2019년 최고의 문제작이었다.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 조커의 탄생기를 그린 영화는 DC 코믹스 기반 영화로는 최초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조커의 발차기를 보며 관객은 희열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코미디언 아서 플렉이 폭력과 조롱, 소외를 견디다 조커가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탓에 범죄를 정당화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개봉 당시 미국에선 극장 입장 전에 소지품 검사를 했을 정도로 모방 범죄우려도 컸다.

속편은 전작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게 다분히 느껴진다. 필립스 감독은 조커에게 열광할 만한 요소를 거세하고, 아서 플렉을 더없이 초라하고 나약하게 묘사한다. 전작을 좋아했던 팬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꾸짖는 듯한 영화로 “대담한 해석”이라는 호평과 “지루하다“ ”실망스럽다”는 혹평이 엇갈리고 있다.

또 한 번 20㎏ 이상을 감량한 호아킨 피닉스는 이번에도 뼈와 근육으로 연기한다. 얇아진 살갗 아래로 뼈와 근육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고통스럽게 전달된다. 재판을 앞둔 아서 플렉은 트라우마로 미쳐버린 사회 부적응자로 살 것인지,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악당으로 살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조커에게 매료된 이유를 묻자 피닉스는 “조커는 도대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캐릭터”라고 답했다. “조커 시리즈를 촬영할 때는 한순간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 촬영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느껴질 정도로, 조커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캐릭터다.”

☞폴리 아 되(Folie à Deux)

’두 사람의 광기’라는 프랑스어로 ‘공유 정신병적 장애’를 뜻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망상, 환각 등 비슷한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영화 ‘조커: 폴리 아 되’에서 조커와 할리퀸은 서로에게 광기를 불어넣으며 둘만의 망상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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