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안밟는 ‘원페달 드라이빙’...전기차 포비아 또 다른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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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31. 오후 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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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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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의 한 카페로 전기차가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뉴스1

최근 전기차의 페달 조작 실수 등에 따른 사고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특유의 운전법인 ‘원페달 드라이빙’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원페달 드라이빙이란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가속 페달 하나로만 차량을 움직이고 멈추는 운전법으로 전기차에서만 가능하다. 전기차 차주들은 원페달 드라이빙 사용 시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어 차량 판매사에서도 적극 홍보했던 운전법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운전 습관이 사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페달 드라이빙은 전기차 특유의 ‘회생 제동’ 능력을 이용한 운전법이다. 속도가 붙은 상황에선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타력 주행이 가능한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 충전하는 회생 제동이 실행된다. 이에 따라 브레이크 없이도 속도가 줄어들어 차가 멈추게 되는 것이다. 내연기관차 시대엔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번갈아 밟는 게 공식이었지만 전기차는 가속 페달만으로 차량의 주행과 제동이 가능해진 셈이다. 한 전기차 차주는 “원페달 드라이빙은 회생제동에 따른 주행거리 증가 이점이 있는데다, 운전 피로감도 줄여준다”며 “원페달 드라이빙을 쓰지 않으면 전기차를 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실제 전기차 커뮤니티에는 시내 주행이나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아예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운전한다는 차주들의 글이 많다. 원페달 드라이빙을 통해 전기차를 부드럽게 멈추고 출발하는 게 운전 실력의 척도란 게 이들의 견해다. 유튜브 등에 원페달 주행법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관련 영상과 노하우 등을 검색할 수 있다. 자동차 업체들도 회생 제동으로 인해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홍보해 왔다.

문제는 예상 못 한 장애물이나 상황 등을 마주했을 때다.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 위에 발을 두다 보니 급정거 상황에서 발을 브레이크로 옮기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되고, 평소 브레이크를 밟지 않다 보니 그대로 가속 페달을 밟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가속 페달을 놓으면 브레이크가 걸리긴 하지만, 실제 브레이크를 밟는 정도의 급제동 수준의 제동력을 나타내진 않는다. 이 때문에 오조작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지난 14일 용인에서 전기차가 카페로 돌진한 사고 역시, 기어 변경 착각뿐 아니라 원페달 드라이빙이 사고를 키운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더욱이 브레이크를 이용하지 않고, 원페달 드라이빙으로만 차를 멈췄을 경우 일부 차량에선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뒤차에 경고 신호를 전혀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가속 페달에서 완전히 발을 떼야 브레이크등이 들어오도록 한 국내 규정 때문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국토부령 자동차 규칙을 바꾸긴 했지만 그전에 만들어진 국산차의 경우, 발을 완전히 가속 페달에서 떼지 않는 식으로 운행하면 속도가 줄어도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차가 전국에 수만대 돌아다닌다. 이 때문에 전기차를 보면 아예 차선을 바꿔 피한다는 운전자도 많다. 한 사립대 자동차과 교수는 “제조사가 차량 설명서 등에 원페달 드라이빙 위험성을 알리는 문구를 기재하고, 교통 당국도 운전자 실수에 대한 대비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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