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가 시작한 ‘주가 밸류업’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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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28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2024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순이익의 35%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뉴스1

시가총액 5위 현대차가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 차원에서 주주 환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내년부터 순이익의 35% 이상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계획이 실행되면 현대차의 연간 배당금은 주당 1만원 이상으로 올라간다. 현재 주가로 계산하면 시가 배당률이 4% 이상으로, 만기 1년 정기예금 금리(현재 3.2% 수준)보다 높아진다. 발표 당일 현대차 주가는 급등했다.

올 초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국내외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았다. 주가도 반짝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강제성 없는 자율 공시와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세제 혜택 등으로 ‘당근도 채찍도 약하다’는 평가와 더불어 기대감이 사그라들었다.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도 저조했다. 지금까지 자체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기업은 20사로 전체 상장기업의 0.6%에 불과하다.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 메리츠금융 등 주인 없는 금융기업이 대부분이다.

그런 와중에 발생한 8월 5일 아시아 증시 대폭락 사태는 한국 증시가 얼마나 허약한 체질인지 여실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증시는 가계의 여유 자금을 기업에 투자 재원으로 공급함으로써 국민 경제의 생산 능력을 확충하는 한편 기업의 성장 과실을 가계와 나눔으로써 가계의 자산 형성을 돕는 기능을 하는 곳이다. 한국 증시의 체질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최근 일본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 치우는 것은 일본 정부와 증권거래소가 10여 년 전부터 상장기업에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확대를 유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일관되게 추진했고, 기업들이 여기에 적극 호응한 덕분이다.

답보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얼마 전 삼성전자·SK·LG·포스코홀딩스·롯데·한화·GS·HD현대·신세계 등 10대 그룹 재무 담당 임원을 초빙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은 시들어가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증시 시총 비중이 큰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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