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표결 결과 찬성 284명, 반대 0명, 기권 2명이 나왔다. 20대 국회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여야 정쟁으로 처리되지 못했던 이 법안이 22대 국회에 이르러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구하라법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는 상속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부양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속인이 보상금, 보험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거나 재산 상속을 주장하는 일이 문제가 되면서 관련 법을 개정하게 됐다. 고(故) 구하라씨 사례를 비롯해 천안함 사건, 세월호 사고, 대양호 사고 등에서도 일부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계기가 됐다고 국회는 설명했다. 2019년 숨진 구하라씨 오빠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입법 청원을 해 ‘구하라법’으로 불렸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망자에 대해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행위를 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사망자가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면, 공동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됐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공동상속인이 없을 경우 상속권 상실 선고의 확정에 의해 상속인이 될 사람(후순위 상속인)이 이를 청구할 수 있다.
상속권 상실은 피상속인의 유언에 따르거나 공동상속인 등이 청구해야 한다. 가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여야 상실이 확정된다. 또 헌법재판소가 직계 존·비속 유류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난 4월 25일 이후 상속이 된 경우에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지난 4월 ‘유류분’ 제도의 주요 내용에 대해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고인(故人)이 유언으로 상속에서 제외한 자녀, 배우자, 부모와 형제자매도 무조건 법정 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현행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취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