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냄새 난다”던 빈 방서 발화... 에어매트 뒤집혀 남녀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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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3. 오전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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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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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7시39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탈출용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2일 발생한 경기 부천시 중동 호텔 화재사고 희생자 7명은 모두 7층과 8층에 머물렀던 투숙객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2명은 7층에서 소방당국이 설치한 탈출용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사망자 7명 가운데 2명은 7층에 있는 803호 객실에서 발견됐다. 또 7층과 8층이 통하는 계단 근처에서도 2명이 숨진 상태로 발견됐으며, 8층에 있는 902호 객실에서도 사망자 1명이 나왔다. 지상 9층, 지하 2층인 이 호텔 건물은 400번대 객실 번호가 없어 800번대 객실은 7층, 900번대 객실은 8층에 자리잡고 있다.

7·8층에서 발견된 사망자들은 모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나타나, 처음 810호 객실에서 불이 나면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복도 등에 가득차는 바람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810호 문이 열린 상황에서 불이 나면서 내부 연기가 급격하게 확산한 것으로 보이며, 호텔 복도도 좁았고, 객실 창문도 작아 연기를 빼내는 배연이 어려운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810호 투숙객은 “타는 냄새가 난다”며 객실 교체를 요청했고, 방문을 닫지 않고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은 2003년 준공돼 스프링클러도 갖추지 않고 있었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2명은 당시 7층에서 소방대원들이 지상에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다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오후 경기 부천 중동의 한 호텔에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방당국과 목격자 등에 따르면 오후 7시 39분쯤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현장에 출동해 오후 7시 48분쯤 호텔 1층 외부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당시에는 처음 화재가 발생한 810호 객실에서 불길이 일어나고 건물 안에 유독가스가 찬 상태였다.

그런데 7시 55분쯤 807호 객실에서 2명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 모서리 부분으로 떨어졌고, 이 때문에 에어매트가 뒤집어진 상태에서 나중에 뛰어내린 남성은 그대로 바닥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당시 부천소방서가 설치한 에어매트는 10층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살 수 있게 제작된 장비였다. 가로 7.5m·세로 4.5m·높이 3m 크기다. 이 에어매트의 무게는 공기가 주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126㎏이다. 보통 펌프차 등에 싣고 출동해 구조대원 4∼5명이 함께 들어 옮긴 뒤 설치한다.

소방당국은 “에어매트는 정상적으로 설치됐으나 안전한 중앙부 대신에 모서리로 떨어졌다”며 “당시 인원이 부족해 매트를 잡아주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부상자는 화재가 발생한 7층에서 중상 3명, 경상 2명이 나왔다. 이들은 처음 화재가 발생한 810호 객실 맞은편 객실 투숙객이었다. 또 8층에서도 경상자 3명이 나왔다. 이밖에도 1층에서 22명, 5층과 6층에서 각각 1명씩 경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 조사에 따르면 당시 이 호텔에는 투숙객 68명, 직원 3명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 7명은 모두 내국인으로 20대 남성 1명, 여성 2명, 30대 남성 2명, 40대 여성 1명 50대 남성 1명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은 오전 11시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실시해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도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84명 규모로 수사본부를 편성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3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을 찾아 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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