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연인 살인’ 피해자 父 “삶 반토막...피고인 사회로 돌아와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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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1. 오후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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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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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학생 최모(25)씨의 재판에 피해자 A씨의 아버지가 출석해 “(최씨는)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안 되는 중범죄자”라고 호소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최모씨가 지난 5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A씨 아버지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열린 1심 재판에 직접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이 같이 주장했다. 최씨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최씨도 갈색 수의를 입고 출석했다.

A씨 아버지는 지난 7월 열린 첫 재판에서 최씨를 처음 봤으며 딸과 최씨의 연애와 관련해 자세한 내막은 몰랐다는 취지로 증언을 이어갔다. 딸의 성격에 대해선 “겁이 많고 소심하다”며 “지방에서 올라온 아주머니가 지나가다 어떤 버스를 타야 하냐고 물었을 때 답해준 후에 맞는 버스를 탈 때까지 지켜본 뒤에 집에 들어올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증언 말미 “법정에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준비해 온 글을 읽었다.

A씨 아버지는 “오늘은 직접 증언해야 한다는 생각에 딸아이에 대한 수많은 생각이 폭풍처럼 머릿속을 지나간다”며 “고통이 쌓이고 쌓여 제 감정도 폭발하기 일보직전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최씨는 제가 회사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어 의대를 졸업한 후 제 도움으로 건물을 마련하기 위해 제 딸을 이용했다”며 “딸을 가스라이팅해 혼인신고를 했으며, 딸이 이 사실을 저와 아내에게 말하자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이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안 되는 중범죄자”라며 “저의 삶은 5월 6일 이후 반토막났고, 딸을 지키지 못한 부모라는 굴레에 갇혀 제 아내의 건강은 극도로 나빠졌다”고 흐느꼈다.

이날 재판에는 최씨의 어머니도 증인으로 나와 “너무너무 죄송하고 정말 잘못했다”며 “아들을 대신해 손발이 닳도록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며 최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진행한 후 오는 10월 7일 재판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최씨는 지난 5월 6일 오후 5시 20분쯤 서울 강남역 9번 출구 인근 15층 건물 옥상에서 흉기를 수차례 휘둘러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범행 두 시간 전 집 근처인 경기 화성의 한 대형 마트에서 흉기를 산 뒤 피해자를 범행 장소로 불러냈다고 한다. 이 건물엔 영화관이 있는데, 둘은 이곳에서 자주 데이트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서울의 한 명문대에 재학 중인 의대생인 것으로도 파악됐다.

지난 재판에선 최씨는 A씨와 올해 4월 혼인신고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고 피해자 부모가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뒤 혼인 무효 소송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두 사람은 결별 문제 등으로 다퉜고, A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최씨가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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