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으로 들여다보니... ‘대장암 씨앗’ 용종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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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3. 오후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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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무런 증상이 없는 한국인 장년층에게 대장내시경을 꽂았더니 이른바 ‘대장암 씨앗’ 용종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남자는 열 명 중 일곱 명에서 용종이 발견됐다. 훗날 대장암이 될 용종이 몸속에 엄청 많이 자라고 있다는 의미다.

◇대장내시경으로 암검진

지금까지 대장암 국가암검진은 50세 이상에서 분변잠혈검사를 통해 하고 있다. 수검자가 대변을 통에 담아오면 그 안에 출혈이 있는지를 보고, 양성이면 대장내시경을 검사를 하는 식이다. 하지만 대변을 담아가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분변잠혈검사를 하는 수검자가 30%도 채 안 된다. 검사 정확도도 낮아서, 대장암이 있는데도 분변잠혈검사 양성률은 10% 정도다. 기껏 분변잠혈검사를 했는데, 대다수는 대장암을 놓칠 수 있다. 검진의학계에서는 검사비가 들더라도 대장을 눈으로 직접 들여다보는 대장내시경으로 대장암 검진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왔다.

그래픽=백형선

이에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부는 대장내시경으로 대장암 검진을 시행하는 시범 사업을 지난 4년 동안 해왔다. 최근 중간 결과가 나왔는데 거기서 훗날 대장암이 될 용종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시범사업은 고양, 김포, 파주 등에 거주하는 50~74세 무증상 일반인 2만5457명을 대상으로 했다. 검진은 소화기내시경학회, 위대장내시경학회, 대장항문학회 등에서 인증받은 의사나 최근 2년간 300건 이상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한 의사가 했다. 검사와 처치 신뢰도가 높았다는 의미다. 대장내시경 수검자에게 용종이 발견되면, 제거 시술을 했고, 이 용종이 대장암 씨앗인 선종인지, 혹은 대장암인지, 병리 검사로 확인했다.

대장 용종은 대장 점막 일부가 돌출하여 혹처럼 튀어 나온 상태를 말한다. 선종은 용종 중에 나중에 대장암이 될 세포로 구성된 상태의 것을 말한다. 대장암의 80% 이상이 선종에서 유래하기에 선종이 발견되면 제거해야 한다.

◇쏟아져 나온 대장암 씨앗

시범사업 결과, 열 명 중 여섯 명(61.9%)꼴로 용종이 발견됐다. 이들 용종의 약 75%는 대장암 씨앗 선종으로 판명됐다. 남자는 열 명 중 일곱(71. 6%)에서 용종이 발견됐다. 대장암은 200명 중 한 명(0.47%)꼴로 발견됐다.

여자는 열 명 중 다섯(53.6%)에서 용종이 발견됐다. 여자 용종의 약 67%가 대장암 씨앗 선종이었다. 대장암은 약 300명 중 한 명(0.31%)에서 발견됐다.

나이가 들수록 용종과 대장암 발견율은 올라갔다. 50대 초반에서는 용종이 55% 발견됐는데, 70대 초반에서는 70%가 발견됐다. 70대 초반에서 대장암은 200명당 1.2명꼴로 나왔다.

대장내시경 대장암 검진 시범사업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차의과학대 일산차병원 한재용 소화기내과 교수는 “인구 고령화가 될수록 대장암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업을 통해 절실히 알 수 있었다”며 “선종은 모두 3~10년 후에는 대장암이 되기에 선종이 발견되면 모두 제거해야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장내시경으로 선종을 제거한 후에는 특별한 위험 요인이 없을 때는 5년 후에 추적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선종이 10개 넘게 발견된 경우는 1년 이내에, 선종이 5~10개인 경우는 3년 후 추적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한검진의학회 박창영(소화기내과 전문의) 회장은 “대장내시경으로 인한 천공이나 출혈 등의 합병증 발생은 매우 적었고, 반면에 조기에 대장 용종을 제거하여 대장암 예방 효과가 컸다”며 “우리나라는 대장암 발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대장내시경을 수행할 양질의 의사들은 풍부하고, 내시경 수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대장내시경 암검진을 통해 대장암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최적의 인프라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용종과 선종

용종: 대장 점막의 일부가 돌출하여 혹처럼 튀어나온 것.

선종: 용종 중 나중에 대장암으로 자라는 상태의 것. 대개 한국인 용종 4개 중 3개가 선종 상태. 대장암의 80% 이상이 이런 선종에서 유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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