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용부, 대기업 건설사 전국 140곳 현장 무작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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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17. 오전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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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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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지난 12일 강동구 천호동 ‘더샵 강동센트럴시티’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 김모(23)씨가 감전사한 사건과 관련, 대기업 계열 시공사 A사의 전국 시공 현장 140곳 중 20%에 대해 무작위 감독을 실시한다고 16일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또 사고가 발생한 천호동 현장의 모든 안전 상황에 대한 집중 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현재 A사와 하청업체 B사의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로고./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김씨는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장비(CPB)를 수동으로 조작하다가 사망했다. 콘크리트 타설 장비는 건물 고층의 거푸집에 붓기 위해 콘크리트를 지상의 레미콘으로부터 끌어올리는 펌프다. 사고 당시엔 최상층인 34층에 있는 컨트롤 박스로 통제하고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지상 1층에서 리모컨으로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선 이 리모컨이 고장나 최상층에서 수동으로 조작해야 했다.

김씨는 당시 지상 1층에 있던 B사 관리자 배모씨로부터 “리모컨이 고장났으니 34층에 있는 컨트롤 박스 전원을 수동으로 끄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의 사망 장면이 담긴 감시카메라 화면을 본 부친에 따르면, 고인은 20초 동안 컨트롤 박스 스위치를 잡고 있다가 쓰러졌다.

고압 전류가 온 몸에 순식간에 흘러들었기에 시신 훼손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컨트롤 박스는 고압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경력이 많은 전문가들만 수동으로 조종하고, 수동 조종 시 2인 1조로 작업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경력 8개월 차인 김씨는 혼자 작업하다 참변을 당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시공사 A사와 하청업체 B사의 책임이 모두 크고 처벌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했다.

산업재해 전문 김한빛 변호사는 “고용노동부는 A시공사 대표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경찰은 현장 관계자들 모두를 대상으로 업무상 과실 치사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에 따르면 제3자에게 도급·용역·위탁을 행하다가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안전보건법 36조에 따르면 시공사는 위험성평가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노승우 노무사는 “A사는 전반적 관리 소홀과 더불어 누전 관리에 대한 책임이, B사는 부당 지시·안전조치 부실·업무수칙 위반 등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시공사가 전체적인 안전관리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나, 계약 시 안전관리 책임을 하청업체에게 넘기는 계약을 했다면 책임 소재가 바뀔 수 있다”고도 했다. 배흥규 노무사는 “B사가 A사로부터 어떠한 지휘 감독도 받지 않는다면 A사는 책임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 노무사는 “또 A사가 해당 CPB의 이상 여부·B사가 이상 있는 CPB에 임시방편적 조치를 취하며 운용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도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건축 시공 현장에서는 시공사의 하청을 받은 전문 건설 업체들이 작업하기 때문에, 이번 감독의 조사 대상은 상당히 많다”며 “이번 무작위 안전 감독으로 시공사들 뿐 아니라 하청 업체들의 경각심도 일깨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선 진보당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성명을 내 “작년 통계를 살펴보면 건설업 중대재해 중 대형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는 중대재해는 예년에 비해 늘었다”며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 방지하겠다는 기업들은 어떤 대책을 내놓았느냐,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지탄했다. 이 부대변인은 “중대재해처벌법 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해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건설공사 주체별로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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